[이성필기자] 최근 10경기에서 8무2패로 답답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던 인천 유나이티드는 지난달 27일 대전 시티즌과 23라운드에서 2-0 승리를 거두며 지긋지긋했던 무승행진에서 탈출했다.
그러나 승리 가뭄에 시달리는 사이 허정무 감독에게는 불명예스러운 상황이 이어졌다. '무승부의 달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었고 일부 인천 팬들은 허 감독과 면담을 요청하는 등 팀 경기력과 전술 등에 불만을 터뜨렸다.
허 감독은 구단 프런트와 서포터스 간 친선축구 현장에 나가 날카로운 팬들의 질문에 구구절절 대답을 하는 등 힘든 시간을 보냈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대표팀을 이끌고 국내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16강 업적을 이뤄냈던 명예가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허 감독은 웃었다. 당장 성적에 팬들이 일희일비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이미 내년 구상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었다.
9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전북 현대와 K리그 24라운드를 앞두고 만난 허정무 감독은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A매치 휴식기 동안 팀을 단단하게 만들어 남은 7경기에서 꺼져가는 6강 플레이오프 진출 희망을 살려내겠다는 소망은 변함이 없었다.
전반기 최악의 경기였던 4월 30일 전북전 2-6 패배는 잊은 지 오래다. 허 감독은 "그 때는 우리도 찬스가 많았고 충분히 이길 수 있었는데…"라며 입맛을 다셨다.
지나간 경기를 기억 저편으로 떠나보낸 허 감독은 장밋빛 미래를 이야기했다. 그는 올림픽대표팀에 선발된 박준태, 한교원 등을 꼽으며 올해보다 내년이 더 기대되는 자원들이라고 평가했다.
인천에서 박준태는 부동의 조커로 자리잡았다. 현란한 드리블과 슈팅력은 상대를 흔들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다. 올림픽대표팀에서도 홍명보 감독은 그를 조커로 활용하고 있다.
한교원은 새내기 공격수로 무서움을 과시하고 있다. 동료와의 연계 플레이는 물론 슈팅력도 상당하다는 평가다. 허 감독은 "지금도 잘하고 있지만 내년에 더 좋아질 것이다. 두고 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칭찬을 늘어놓았다.
올 시즌 시작 전 대대적인 물갈이를 시도했던 허정무 감독은 만약 6강에 가지 못하더라도 내년에는 올 시즌보다 더 좋아질 것이라는 굳은 믿음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 선수들이 잘해주고 있다. 당장은 현실이 급하지만 (올해 호흡을 맞춘 이들이) 내년에 제대로 해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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