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전통의 라이벌은 달랐다. 단판 승부에 모든 게 걸린 만큼 죽어라 뛰며 투혼을 발휘했고 명승부를 연출했다. 24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1 하나은행 FA컵' 4강 수원 삼성-울산 현대전은 총성 없는 전쟁터였다.
사상 최초 3연속 우승을 노리는 수원과 K리그 6강이 어려워져 FA컵에 사활을 건 울산의 만남은 선선해진 여름밤에 열풍을 불러 일으켰다.
양 팀은 강한 압박으로 맞섰다. 수원이 좌우 측면 날개로 나선 염기훈과 이상호의 빠른 돌파에 스테보의 머리를 이용했다면 울산은 장신의 김신욱과 설기현에게 집중적으로 볼을 투입해 한 방을 노리는 작전을 들고나왔다.
초반 경기 주도권은 울산이 잡았다. 투톱 설기현-김신욱의 높이는 위력적이었다. 5분 설기현이 아크 앞에서 묵직한 오른발 슈팅으로 수원 골키퍼 정성룡을 흔들었다. 수원은 25분 이상호가 어렵게 연결한 가로지르기를 스테보가 헤딩슛, 왼쪽 포스트 하단에 맞고 나오는 등 열띤 경기가 이어졌다.
스테보는 29분 미드필드 정면에서 시도한 슈팅이 크로스바에 또 다시 맞고 나오는 등 전반에만 골대와 두 차례나 키스했다. 울산도 33분 김신욱, 38분 설기현의 다리와 머리가 수원의 수비를 현란하게 흔들었다. 그 때마다 정성룡의 선방쇼가 펼쳐졌다.
후반 들어 양 팀은 빠른 공수 전환으로 볼거리를 제공했다. 그런데 이 때부터 경기 흐름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김동진 주심이 페널티지역 안에서 울산의 수비가 핸드볼 파울성 플레이를 범한 것을 지나치자, 수원 팬들은 "심판 눈떠라"를 외치며 흥분했다.
13분 울산의 선제골이 터졌다. 곽태휘가 롱볼로 연결한 것을 설기현이 왼쪽 터치라인에서 페널티지역으로 파고들어 로빙슛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이 과정에서 수원 수비진은 울산이 핸드볼 파울을 범했다며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외면했다. 수원 벤치에서 강력한 항의가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이진행 코치가 퇴장 당했다.
울산도 가만있지 않았다. 몸싸움에서 울산 수비가 밀려나갔지만 파울을 불지 않자 김호곤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격렬하게 항의했다. 양팀 벤치는 이렇게 달아올랐다. 특히 24분 고슬기가 핸드볼 파울을 범하며 경고누적으로 퇴장 당하자 울산의 항의 강도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그나마 28분 수원 수비수 마토의 볼 트래핑 실수를 놓치지 않은 설기현이 한 골을 더 넣으면서 순식간에 점수는 2-0으로 벌어졌고 울산 벤치는 분노에서 환호의 분위기가 넘실거렸다.
승기가 울산쪽으로 기울어졌다고 느껴진 순간 수원의 맹렬한 반격이 이어졌고 32분 스테보의 헤딩 만회골이 터졌다. 아크 오른쪽에서 염기훈이 연결한 프리킥을 방향만 바꿔 넣었다. 기가 살아난 수원은 38분 염기훈이 왼쪽에서 가로지르기 한 것을 마토가 또 머리로 골망을 가르며 순식간에 2-2를 만들었다.
승부는 연장전으로 향했다. 수원은 6분 오장은 대신 양상민을 마지막 카드로 사용하며 승리 의지를 표현했다.
기대하던 골은 연장 후반 6분에 터졌다. 염기훈이 울산 벤치 앞에서 프리킥을 시도했고 박현범의 머리에 맞은 볼이 오른쪽 포스트 하단에 맞은 뒤 골라인 위로 흐르다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행운이 따른 골이었다. 이후 남은 시간을 잘 버틴 수원이 3-2로 승리를 가져갔다.
염기훈은 도움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등 최근 K리그를 포함한 네 경기에서 2골7도움의 공격포인트를 양산하며 날아다녔다.
수원의 결승 상대는 이날 포항을 3-0으로 완파한 성남. 두 팀의 결승전은 10월 15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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