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지난 6월21일 수원 블루윙즈가 침체한 선수단 분위기를 쇄신하고 팀이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내놓은 카드가 있었다. 바로 고종수의 1군 트레이너 승격이었다.
'명가' 수원의 자긍심을 후배들이 느낄 수 있게 만들고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최적격자가 바로 고종수라는 판단이었다.
1996년 수원의 창단 멤버로 입단한 고종수는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반 '앙팡테리블'이라 불리며 한국 축구의 중심에 서서 K리그를 풍미했다. 1998년에는 수원을 우승으로 이끌며 MVP를 거머쥐었다. 당시 고종수는 소녀팬들을 몰고 다니며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다.
이런 슈퍼스타의 1군 트레이너 합류는 그 자체만으로도 수원 선수단에게 큰 자극과 희망을 안겨줄 수 있다. 후배들은 우상과도 같았던 선수와 함께 훈련하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 또 고종수를 보고 배우며 고종수처럼 스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질 수 있다. 그렇게 되기 위해 스스로 더욱 많은 구슬땀을 흘릴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기대했던 대로 고종수의 1군 합류는 바로 효과가 나타났다. 6월18일 대구전 승리로 7경기 무승 행진을 마감한 수원은 고종수의 1군 합류 후 대전과 포항을 차례로 잡으며 연승을 내달렸다. 현재 수원은 부진을 떨쳐내고 7승2무7패, 승점 23점으로 K리그 5위로 뛰어올라 있다. 팀 분위기도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고종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늘도 있는 법. 고종수는 슈퍼스타로 군림했지만 방황하던 시절도 있었다. 고종수의 축구인생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2002년 이후 고종수를 비췄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빛을 잃었고, 그는 내리막길을 걸어야만 했다. 수원과의 마찰로 인한 이별과 만남의 반복. 그리고 J리그 진출과 교토 퍼플상가와의 불화 등 '앙팡테리블' 고종수는 서서히 '게으른 천재', '풍운아'라는 별칭으로 불리게 됐다. 결국 고종수는 31세의 이른 나이에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이런 고종수의 그늘. 어찌 보면 수원 선수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고종수의 그늘이 수원의 후배들에게 더 큰 힘을 실어주고 있다. 고종수는 자신의 어두운 그늘을 후배들에게 스스럼없이 말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과 같이 되지 않기를, 자신이 했던 시행착오를 후배들이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수원의 후배들은 고종수의 진심어린 조언에 더욱 큰 격려를 받고 또 나아갈 방향을 읽을 수 있게 됐다.
6일 부산 아이파크-수원 삼성의 2011 컵대회 4강전을 치르기 전 만난 윤성효 수원 감독은 고종수 트레이너의 빛과 함께 그늘도 후배 선수들에게 큰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감독은 "(고)종수가 후배들과 아주 잘 지내고 있다. 특히나 종수는 자신이 저질렀던 불미스러운 일들을 후배들에게 잘 알려준다. 자신이 했던 좋지 않았던 경험들을 후배들에게 이야기해준다. '나를 봐라. 나처럼 되지 않으려면 잘해야 한다'고 후배들에게 말하더라. 후배들은 고종수를 통해 배운다"며 고종수의 그늘이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를 설명했다.
이어 윤 감독은 수원 선수들이 고종수의 말을 너무나 잘 따른다고 했다. 윤 감독은 "(고)종수의 말에는 실리가 있다. 솔직히 수원에 아직까지 종수보다 축구를 잘하는 선수는 없다. 그래서 종수가 이야기하면 알아듣고 다 받아들이려 한다. 종수가 1군으로 와서 수원이 더욱 좋아지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수원의 레전드' 고종수의 빛이 수원을 밝혀주고 있다. 그리고 고종수의 그늘 역시 수원이 나아갈 길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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