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롯데 양승호 감독이 승리를 위해 초강수를 던졌다. 선발 고원준을 계투요원으로 다시 등판시킨 것.
롯데는 23일 사직 두산전에서 '추격자'로 쫓아가는 상황이었다. 두산이 1회초 3점을 올리면서 뒤지게 된 롯데는 이후 뒷심을 발휘해 5회말 4-4 동점까지 일궈냈다. 이에 반드시 이 경기를 잡아내야겠다고 판단한 양승호 감독은 고원준을 불펜 대기시켰다.
선발 장원준은 '꾸역꾸역' 버텨냈지만, 컨디션 저하와 제구난조로 두산 타선을 막아내기는 힘겨웠다. 결국 동점으로 맞서고 있던 7회초 1사 후 고영민과 김현수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면서 1사 1, 2루 위기를 맞자 양승호 감독은 고원준을 과감히 마운드에 올렸다.
팀이 긴급한 상황에서 선발의 계투전환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마침 장마철로 접어들고 계속되는 비 예보까지 있었으니 생각해볼 만하다. 하지만 고원준의 경우, 시즌 초 마무리 보직을 맡은 뒤 5월 들어 코리의 체력저하로 보직을 맞바꾸며 선발진에 합류, 나름 제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지난 19일 넥센전에서는 5이닝 3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기도 했다. 4일만에 다시 계투요원으로 마운드에 오른 셈이다.
이는 양승호 감독이 현재 불펜을 믿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증명한다. 6월 들어 "7점은 내야 안심이 된다, 2대1로 이기는게 소원"이라는 등 불펜진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 양승호 감독은 박빙의 상황에서 기존 불펜진보다 '선발' 고원준을 신뢰한 셈이다. 당장 지난 21일 두산전서 계투진의 단체방화로 속쓰린 역전패까지 경험했으니 분명 고민이 됐을 터다.
하지만 받아든 결과는 최악이었다. 고원준은 등판하자마자 김동주에게 좌전 1타점 적시타를 얻어맞으며 다시 리드를 뺏겼고, 최준석을 삼진으로 잡아낸 뒤엔 양의지에게 좌중간 1타점 적시 2루타, 이원석에게 좌월 스리런포를 줄줄이 허용하면서 주저앉았다. 4-4이던 스코어는 한순간에 4-9가 됐다. 그리고 고원준은 진명호와 교체됐다. 5실점 중 2실점은 주자를 남겨둔 장원준의 몫으로 돌아갔지만. 고원준의 성적 역시 0.1이닝 3피안타(1홈런) 3실점으로 처참하다.
고육지책으로 고원준 계투 카드까지 꺼내봤지만, 돌아온 결과는 참으로 속쓰린 롯데와 양승호 감독이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