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선덜랜드행을 확정지은 지동원(20, 전남 드래곤즈)은 지난 2002~2009년까지 대한축구협회가 시도했던 우수선수 해외 유학 프로그램을 경험했다.
2007~2008년 한 시즌 동안 레딩FC에서 남태희(발랑시엔)와 축구유학을 하며 구슬땀을 흘렸던 지동원은 레딩의 유소년팀 정식 선수로 리그에도 나서는 등 값진 경험을 했다.
지동원처럼 축구협회의 유학 프로그램 혜택을 입은 선수들은 총 29명. 지동원 외에도 양동현(부산 아이파크), 이용래(수원 삼성), 손흥민(함부르크SV) 등 K리그와 유럽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조광래호에 승선했던 '축구 영재'들이다.
비용은 전액 축구협회에서 지불했다. 선발된 선수들은 1년 동안 유럽뿐 아니라 남미 유명 클럽의 유소년팀에서 실력 향상에 힘을 기울였다.
초반에는 체계가 잡혀있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다. 1기였던 양동현은 "유학프로그램의 뿌리를 내리는데 공헌했다고 생각한다. 당시 정말 고생을 많이 했었는데 축구적으로는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다시 유학을 갈 기회가 온다면 꼭 가겠다"라고 설명했다.
대한축구협회 한 관계자는 "지동원의 선덜랜드 입단을 계기로 유학 프로그램이 주목을 받아 기분이 좋다"라며 "기수마다 적게는 3명에서 많게는 6~8명을 보냈는데 모두의 성공을 바라지는 않았다. 1명이라도 향후 A대표팀에 들 수 있기를 바랐다"라고 돌아봤다.
그러나 축구협회의 유학 프로그램은 2009년 6기를 끝으로 중단됐다. K리그와의 관계가 우선적으로 고려됐기 때문이다. 프로구단이 운영하는 산하 유스팀 소속 선수들이 유학 프로그램 혜택을 입은 것도 반발을 불러왔다. 전남 산하 광양제철고 소속의 지동원, FC서울 산하의 동북고 소속이던 손흥민 등이 그랬다.
익명을 요구한 한 K리그 유스팀 지도자는 "K리그에서 투자해 키우려는 선수를 축구협회가 유학 프로그램을 명목으로 빼가면 누가 우수 인재를 키우려고 했겠는가. 구단 고위층에서도 이런 점을 축구협회에 항의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중단됐지만 축구협회는 다양한 방식으로 선수들을 해외로 보내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축구협회 고위 관계자는 "이제는 K리그 산하 유스팀이 많아진데다 학원 축구팀들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라고 어려운 여건을 아쉬워하면서도 "우수 지도자들을 뽑아 단기 연수를 보내는 것처럼 어리고 가능성 있는 선수들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선진리그 시스템을 경험하게 할 것이다"라며 한국 축구 미래를 위해 투자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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