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사자군단'의 위용이 조금씩 뿜어져나오고 있다. 여름에 강한 삼성의 상승세가 올 시즌에도 재연되고 있다. 6월 들어 승수를 무더기로 쓸어담은 삼성은 어느덧 '최강자' SK마저 잡아먹을 기세다.
삼성은 22일 대구 한화전에서 불붙은 방망이를 앞세워 19-5로 대승을 거뒀다. 압도적인 완승이다. 1회말부터 박석민의 투런포와 모상기의 2타점 적시타로 4-0으로 앞선 삼성은 이후 줄줄이 추가득점을 올리면서 한화 마운드를 끊임없이 두들겼다.
박석민은 연타석 홈런에 7회초 수비 때 교체되기 전까지 5타수 5안타 6타점 4득점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장단 22안타로 올 시즌 한 경기 최다안타 및 최다 득점 기록까지 세운 삼성은 여름밤 홈구장에서 포효했다. 장맛비가 오락가락하는 변덕스러운 날씨 탓에 노게임 선언이 걱정됐을 뿐 이날 삼성의 적수는 한화가 아니라 '하늘'이었다.
이날 승리로 삼성은 19일 KIA전 이후 3연승을 내달리며 시즌 성적 38승 26패 2무를 기록, 2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특히 고무적인 일은 개막 후 한 번도 2위로 내려오지 않았던 단독선두 SK와의 승차를 단 1게임까지 좁혀놓았다는 점이다. 초반부터 저 멀리 도망치면서 '꼬리'조차 보이지 않았던 비룡을 이제는 사냥대상에 올려놓은 것이다.
6월 들어 삼성은 총 19경기를 치러 13승을 수확했다. 6월 1일~3일 3연패로 다소 주춤했던 상황을 제외하면, 그 이후 삼성은 16경기에서 무려 13승을 챙겼다. 4일 두산전부터 4연승 후 9일 롯데전 1패, 그리고 다시 6연승을 질주한 삼성은 17일~18일 KIA전 연패 후 또 다시 3연승을 내달렸다. 그야말로 거칠 것이 없는 폭풍의 6월이다.
삼성은 전통적으로 여름에 강한 면모를 보인다. 류중일 감독도 시즌 초 타자들의 무딘 타격감을 두고 "날씨가 더워지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리고 6월초 화력이 살아나면서 승승장구를 하게 되자 류 감독은 "역시 타자들이 살아난다"고 미소를 지었다.
삼성 구단 내부에서는 왜 여름에 강한지 명확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코치들마다 의견이 분분하고, 선수들 사이에서도 "잘 모르겠다"는 답변이 대다수다. 최형우 정도가 "상대팀 선수들은 더위로 컨디션이 저하되지만 우리는 더위에 익숙해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 이유가 아니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답변할 정도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매년 삼성은 더위가 시작되면서 본격적으로 승수사냥에 나서고 있다. 행복한 징크스다.
'여름 삼성'은 이제 내친 김에 선두 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SK는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다들 휴식할 수 있는 장마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지만, 삼성은 오히려 아쉬울 정도다. 삼성이 올 시즌에도 여름을 접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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