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복잡하게 엉켜있던 실타래가 한 올씩 풀리고 있다. 장기영의 복귀로 인해 넥센 타선이 정상 가동되기 시작했다.
장기영은 지난 16일 두산전부터 1군 엔트리에 포함됐다. 2군에 내려간 지 한 달만이다. 톱타자가 아닌, 김민우에 이어 2번에 배치된 장기영의 복귀 후 성적은 13타수 4안타 타율 3할8리. 복귀 첫 날에는 홈런포까지 가동했다.
무엇보다 테이블세터의 활약이 살아났다는 점이 넥센으로선 고무적이다. 6월 들어 넥센이 거둔 성적은 6승 10패. 최근 3연전을 제외하면 16경기서 거둔 승리는 단 3승 뿐이다. 그런데 최근 3승의 의미가 남다르다. 마운드와 타선이 모두 침체된 상황에서 장기영이 투입됐고, 김민우와 함께 재치있는 플레이로 득점의 연결고리를 이어가며 분위기를 회복시켰다.
복귀 후 첫 경기였던 16일에는 1회초 김민우가 볼넷으로 걸어나간 후 장기영이 번트 안타를 만들어내 알드리지의 2타점 적시타 때 주자 모두 홈을 밟아 선취점을 얻어냈다. 4-0으로 앞선 2회초에는 솔로포를 터트리는 등 화려한 복귀 신고식을 치렀다. 넥센은 이날 두산을 10-5로 제압했다.
17일 롯데전에서도 김민우와 장기영의 호흡이 돋보였다. 1회말 선두타자 김민우가 중견수 방면 안타로 출루한 뒤 장기영이 다시 한 번 번트를 안타로 만들어내며 기회를 쌓았다. 3번타자 유한준이 희생번트를 대 주자는 2, 3루가 됐고, 조중근의 2타점 적시타로 장기영과 김민우가 나란히 홈을 밟았다. 첫 날과 비슷한 패턴으로 승기를 잡은 넥센은 이날 롯데에 8-1 대승을 거뒀다.
18일 경기에서는 4-2로 앞선 7회말 희생번트로 힘을 보탰다. 첫 타자 김민우가 볼넷을 얻어냈고 장기영이 희생번트를 성공시켜 김민우의 진루를 도왔다. 볼넷과 고의사구로 주자는 만루가 됐고, 넥센은 강정호와 오재일의 연속 적시타로 3점을 보태 7-3으로 달아나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컨택과 작전 수행 능력에 빠른 발까지 겸비한 테이블세터의 기량이 한층 안정되자 넥센의 공격력도 서서히 꿈틀대는 모습이었다.
2001년 현대에 입단해 데뷔 11년차를 맞은 장기영은 지난해 처음으로 풀타임을 소화했다. 6월까지 타율이 3할 이하로 내려가지 않았을 정도로 쾌조의 컨디션을 보였지만 7월 들어 1할8푼으로 급격히 떨어졌다. 첫 풀타임 출장이었기 때문에 체력 안배 등의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이후 3할 타율을 복귀하며 시즌을 종료한 장기영은 넥센의 톱타자로 완전히 자리매김한 모습이었다. 장기영의 컨택 능력과 센스 있는 주루 플레이로 인해 타선이 한 단계 진화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올 시즌 초반 성적은 저조했다. 두 차례의 2군행이 있었고, 5월까지 22경기에 출장하면서 안타는 단 7개에 그쳤다.
이후 약 한 달만에 1군 무대에 복귀한 장기영은 잔뜩 웅크렸던 몸을 일으켜 세우고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치고 달리는' 본연의 모습을 되찾은 장기영의 합류로 인해 테이블 세터를 바라보는 김시진 감독의 고민도 한시름 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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