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넥센 외국인선수 나이트와 알드리지의 명암이 크게 갈리고 있다. 투수 나이트는 1선발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반면 타자 알드리지는 '계륵' 이상도 이하도 아닌 모습이다.
넥센은 올 시즌을 앞두고 삼성에서 방출된 나이트와 메이저리그 출신 외야수 알드리지를 영입했다. 초반 나이트에 대한 시선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2009년 중반 한국 무대를 밟은 나이트는 그 해 6승2패 평균자책점 3.56으로 무난한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이듬해 21경기에 출장해 6승4패, 평균자책점 4.54로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8월 무릎 부상으로 삼성에서 퇴출 통보를 받은 나이트는 수술대에 오른 후 재활을 이어갔다.
나이트의 경기를 유심히 지켜보던 김시진 감독은 그를 다시 한국으로 불러들였고 나이트는 개막전이었던 4월2일 SK와의 경기서 7이닝 동안 4피안타 1볼넷 6탈삼진 1실점(1자책)을 기록하며 벤치의 믿음에 보답했다. 팀 타선이 침묵하며 0-2로 패해 패전의 멍에를 쓴 것이 안타까웠다.
이후 나이트는 넥센의 믿음직스러운 1선발로 완벽히 변신했다. 넥센의 성적이 바닥으로 가라앉은 가운데 그나마 선발 중 2승을 올린 투수는 나이트와 김성현뿐이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차이가 크다. 나이트는 12경기에 나서 2승 6패 평균자책점 3.77을 기록한 반면 김성현은 10경기서 2승 3패 평균자책점 4.72의 성적을 내고 있다. 패수가 많긴 하지만 나이트가 선발로 나선 경기에서는 유독 승운이 따르지 않았던 탓이 크다. 나이트는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내)도 7차례나 기록했지만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해 승수를 쌓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8일 SK전에서도 나이트는 6이닝 7피안타 7탈삼진 1실점(1자책)으로 호투를 했으나 타선에서 적시타가 터지지 않는 바람에 1-1 동점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가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최근 팀의 4번타자로 나서고 있는 알드리지는 3경기 연속 무안타에 그치는 등 전혀 힘을 보태지 못하고 있다. 타율 2할2푼8리로 팀내 타자 중에서도 중하위권에 속하는 성적이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순간에 보여주는 한 방이 없다. 외국인 타자에게 기대하는 호쾌한 스윙이나 득점 상황에서의 적시타 등이 크게 부족한 모습이다. 4연패에 빠졌던 8일 경기에서 알드리지의 방망이는 연신 헛돌았다.
1회말 첫 공격부터 넥센은 2사 3루의 선취점 찬스를 잡았지만 알드리지가 땅볼 아웃되면서 기회를 날렸다. 1-0으로 앞선 3회말 1사 만루의 결정적 기회에서 다시 타석에 들어선 알드리지는 확실하게 분위기를 가져와야 하는 상황에서 병살타를 쳐 찬물을 끼얹었다. 곧이어 SK 이호준이 솔로포를 터뜨리며 1-1로 추격을 시작했으니, 알드리지가 날려버린 만루 찬스는 더욱 아프게 다가왔다. 알드리지는 7회말 1사 1루서 또 다시 병살타를 때려 흐름을 끊어놓았다.
시즌 돌입 후 2개월 여가 지난 시점에서 외국인 선수를 교체한다는 것은 넥센 입장에서도 큰 모험이다. 그렇다고 기대치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 선수를 중심 타선에 두고 매번 기회를 날려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두 외국인 선수를 바라보는 김시진 감독의 마음은 온탕과 냉탕을 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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