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수석코치에서 하루 만에 감독대행 자리에 앉은 김광수 두산 감독대행. 아직은 얼떨떨한 모습이었지만, 해보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김 감독대행은 생소한 덕아웃 감독 자리였지만 이내 적응을 한 뒤 향후 두산을 잘 추스리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김경문 감독은 지난 13일 성적 부진을 이유로 자진 사퇴하면서 야구계를 들썩이게 했다. 그도 그런 것이 2004년 이후 지난 시즌까지 7년 동안 6시즌이나 두산을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킨 명장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승에 대한 갈증만은 끝내 풀지 못했고, 올 시즌 계획한 것이 어긋나면서 팀 성적이 하위권으로 추락하자 김경문 감독은 자진 사퇴라는 극단적인 결론을 내렸다.
이에 두산 구단은 긴급히 김광수 수석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임명하면서 남은 시즌을 치르기로 결정했다.
14일 잠실 넥센전을 앞두고 덕아웃으로 들어온 김광수 감독대행은 몰려든 취재진을 보고 "여기서 무슨 말을 해야 하느냐"고 어색함을 숨기지 못했다. 현 시점부터는 두산의 사령탑으로 팀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상황이 분명 부담스러울 터. 하지만 차츰 시간이 흐르면서 김 감독대행은 조금씩 품고 있던 시즌 운영방향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먼저 김 감독대행은 "어려울 지 어떨 지 아직 잘 모르겠다. 감독대행을 하라고 말만 들었던 상황이 아닌가"라며 얼떨떨함을 숨기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그는 "김경문 감독님이 (전화통화로) 미안하다고 하시더라. '이렇게 나가는 게 원한 것은 아니었다'고. '마음도 안좋고 나중에 만나자, 파이팅하자'고 말씀하시고 전화를 끊었다"고 전임 사령탑과의 대화를 전했다.
이후 김 감독대행은 두산의 시즌 운영 계획을 언급했다. 일단 크게 변화시키지는 않을 방침. 이전까지 해오던 두산의 색깔을 유지하면서 상황에 맞춰 유연성 있게 변화를 줄 계획이다.
김 감독대행은 "우리 팀 컬러는 내가 어찌한다고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팬들도 다 알고 있다. 상황에 따라 약간씩 바뀌는 것은 있을 수 있어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하지만 지향하는 바는 확언했다. 그는 "팬들이 원하는 야구를 하고, 재미있는 야구를 하겠다"며 "또 재미가 있으면서 이기는 야구를 하겠다. 감동을 주더라도 이겨야 한다"고 승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김 감독대행은 "현 시점에서는 순위를 따질 상황이 아니다. 우리 팀 자체가 해야 할 부분이 많다. 내가 한 번에 해결할 수 없다"며 "급한 불은 먼저 끄라는 말이 있다. 야구는 투수가 중요하니 먼저 투수 쪽부터 준비를 하겠다"고 투수진 강화에 우선순위를 뒀다.
김광수 감독대행은 사령탑 데뷔전을 앞두고 아직까지는 낯설어하는 모습이었다. 김경문 감독의 자진사퇴라는 극단적 처방과 난국에 처한 팀 분위기를 수습할 인물로 낙점된 김 감독대행의 향후 행보가 궁금하다. 2011 시즌 두산은 부활과 몰락의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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