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8호가 탄생한다. 다만 이적료가 너무 '헐값'이 될 것으로 보여 아쉬운 상황이다.
프로축구 전남 드래곤즈는 9일 소속팀 주공격수이자 대표팀의 떠오르는 스타 지동원(20)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선덜랜드행을 허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동안 지동원의 선덜랜드행을 반대했던 전남은 울며 겨자먹기로 지동원을 보내기로 결심했다. 전남 관계자는 "사실상 선덜랜드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오늘 오후 결정을 내리겠지만 이적 동의라는 사실에는 변함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지동원과 선덜랜드 간 계약 조건은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적료 100~130만 달러(한화 약 10~14억원) 내외에 연봉은 9억원 정도가 될 전망이다.
선덜랜드행이 확정되면 지동원은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영표(토트넘 홋스퍼, 현 알 힐랄), 이청용(볼턴 원더러스) 등에 이어 한국인 선수 8번째 프리미어리거가 된다.
전남 유스팀인 광양제철고 출신의 지동원은 지난해 K리그에 데뷔해 26경기에 나서 8골 4도움을 기록하며 윤빛가람(경남FC)과 신인왕을 다퉜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1 아시안컵 등 각급 대표팀에서 두루 활약하며 유용한 자원으로 평가받았다.
지난 7일 가나와 평가전에서는 헤딩으로 선제골을 터뜨리는 등 최근 주가가 폭등했다. 9일 홍명보 감독이 발표한 올림픽대표팀에도 이름을 올려 오는 19일, 23일 홈 앤드 어웨이로 열리는 '2012 런던 올림픽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요르단전에도 나선다.
그러나 전남은 썩 내키지 않는 가운데 지동원을 선덜랜드로 보내게 된 상황이라 착잡하기만 하다. 한 고위 관계자는 "유스팀부터 잘 키워서 이제 활용하는가 싶었는데 시즌 중에 떠나보내야 해서 고민스럽다. 그렇지만 문제없이 보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라고 담담하게 표현했다.
이어 "이미 지동원은 선덜랜드 진출이라는 입장을 굳힌 것으로 확인됐다. 면담을 해보니 확실하게 떠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라며 지동원의 프리미어리그행 의지가 확고해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남이 지동원을 보내면서도 조심스럽게 불편한 감정을 내비치는 데는 바이아웃 조항(원소속 구단이 설정한 이적료 이상을 다른 구단이 지불하고 영입하겠다고 하면 이적할 수 있는 조항) 때문이다.
바이아웃 조항 유무를 놓고 지동원 측과 전남이 공방을 벌인 가운데 75만 달러(약 8억원)라는 헐값 이적료 설정이 논란이 됐다. 지난 2009년 21세에 프리미어리그 볼턴 원더러스 유니폼을 입은 이청용의 경우 200만 파운드(약 44억원)의 이적료를 FC서울에 안겨줬다.
전남은 K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수의 몸값을 너무 평가 절하시켰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선덜랜드 측에 급하게 500만 달러(약 54억원)를 요구했지만 이미 떠난 배를 부르는 격이었다.
향후 프리미어리그 진출을 원하는 한국 선수들에게도 지동원의 사례가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 때문에 전남은 너무 안이하게 선수 관리를 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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