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카도쿠라 겐(삼성)은 당황스럽다. 자신에게는 다소 민감한 질문만 쏟아지는 탓이다. 바로 전 소속팀 SK에 관해서 묻는 질문이다.
카도쿠라는 올 시즌 삼성으로 이적해 맹투를 펼치고 있다. 사실 그 과정에서 잡음도 있었다. 2009년 SK에 입단해 2년 동안 든든한 비룡의 선발요원으로 활약한 카도쿠라는 지난 시즌 후 SK와 재계약을 하지 못했다. SK는 카도쿠라의 무릎 상태가 정상적이지 못하다고 판단했고, 이에 카도쿠라는 "괜찮다"고 반발하면서 양 측간 분위기가 다소 미묘해지기도 했다.
결국 이 상황에서 삼성은 "충분히 공을 던질 수 있다"는 카도쿠라의 주장을 전훈지인 괌에서 확인하면서 영입결정을 내렸다. 삼성 유니폼을 입은 카도쿠라는 시즌 개막 후 7일 현재 4승 3패 평균자책점 2.40을 기록하면서 변함없는 실력을 과시하며 마음껏 공을 뿌리고 있다.
특히 SK에서 삼성으로 이적한 용병투수인 만큼 카도쿠라는 취재진에게는 색다른 취재원이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맞상대였던 SK와 삼성의 분위기를 모두 경험해본 카도쿠라에게는 질문할 거리가 산더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방마님 박경완과 진갑용의 리드 차이, SK의 필승좌완진과 삼성의 철벽계투진의 비교, 사령탑의 스타일, 팀 분위기 등 카도쿠라는 강팀간의 세부적인 차이를 모두 알 수 있는 '객관적 경험자'인 것이다.
하지만 바로 이것이 카도쿠라 본인에게는 다소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있다. 취재진의 질문 중 많은 부분이 SK와 삼성을 비교해달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관심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기분 나쁜 것은 아니지만, 이적한 선수로서 전 소속팀에 대한 얘기를 술술 풀어놓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에 카도쿠라는 "비교하는 질문은 좀 하지말아 달라"며 "SK나 삼성의 분위기는 똑같다. 다를 게 없다. SK도 좋았고, 지금 삼성도 좋다"고 힘주어 말했다.
사실 카도쿠라는 서글서글한 성격으로 한국 선수들에게도 인기가 좋다. 투수 후배들을 위해 단백질 보충제를 선물하기도 하고 이런저런 조언도 해준다. 선수들은 카도쿠라를 '형님'처럼 따른다. 인터뷰 또한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질문에 대해서는 성심성의껏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는다. 자신의 주무기인 포크볼 그립의 차이까지도 상세히 설명해줄 정도다.
하지만 선수로서 SK와 삼성을 비교하는 질문만은 사절이다. 바람직한 태도지만, 궁금증을 풀고 싶은 취재진으로서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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