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손아섭(롯데)이 매일같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상대 배터리와의 수싸움 탓이다. 손아섭은 "힘들다"고 토로한다.
최근 손아섭은 주로 3번타자로 출장하고 있다. 조성환과 홍성흔이 좀처럼 지난 시즌의 타격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양승호 감독은 4번타자 이대호 앞에 손아섭을 배치하면서 득점의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 30일 현재 손아섭은 타율 2할8푼5리(123타수 35안타) 4홈런을 기록하면서 웬만큼 활약하고는 있지만 이대호의 우산효과를 제대로 누린다고 볼 수는 없다. 출루율은 3할5푼3리.
양승호 감독은 손아섭이 이대호의 존재로 인해 득을 보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상대팀 투수들이 이대호보다는 손아섭과 승부하려는 경향이 많다는 것. 개막 후 줄곧 불방망이를 휘두르는 이대호의 꾸준한 타격감을 감안하면 상대 투수로서는 당연한 선택이다. 양 감독은 "작년에 조성환이 (이)대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하더라. 아섭이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3번타자 손아섭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했다.
하지만 정작 손아섭은 상대팀 배터리와의 수싸움을 두고 매 타석마다 고민에 빠진다.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자신과 승부를 하려는 경향이 짙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 과정에서 세부적인 수싸움이 참 힘들다고 혀를 내두른다.
손아섭은 적극적인 타격이 '주특기'다. 좋은 공이 들어오면 초구라도 과감히 배트를 휘두른다. 당연히 이 점을 잘 알고 있는 상대 배터리는 1~2구를 무조건 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손아섭 역시 바보가 아닌 이상 상대가 자신의 스타일을 알고 있다고 판단해 기다린다. 그런데 또 그럴 때는 한가운데로 꽂힌다. 허를 찌르는 볼배합이다. 한 번 당하고 나면 손아섭으로서는 다음 타석에서는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다. 손아섭과 상대 배터리는 매 경기 볼배합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인다.
손아섭은 "분명 (이)대호 형이 뒤에 있으니 나와 승부하려는 경향이 있다. 나로서는 좋은 일"이라면서도 "그런데 또 그게 쉽지만은 않더라. 내가 초구를 잘 치니 상대가 밖으로 뺀다. 나는 기다리는데, 어떨 때는 그 점을 역이용해 바로 승부하기도 한다. 참 어렵다"고 머리를 긁적인다.
손아섭은 이대호의 앞 타순에서 보이지않는 도움을 받고 있다. 풀카운트까지 가는 상황에서는 대부분이 승부를 하려 한다. 스스로 인정한 부분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손아섭은 스윙 욕심과 상대팀 배터리의 볼배합 사이에서 매일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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