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슬로 스타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2010~2011 시즌은 파란만장의 연속이었다. 팀의 오르내림에 '산소 탱크' 박지성(30,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방출설과 함께 시즌을 출발했지만 마지막은 칭찬 일색으로 마무리됐다.
이번 시즌 박지성은 남아공월드컵 출전으로 충분한 휴식이 없는 상황에서 팀에 합류했다. 안토니오 발렌시아, 루이스 나니, 라이언 긱스, 가브리엘 오베르탕과 지속적인 포지션 경쟁을 하며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로테이션 시스템'에 또 다시 내몰려야 했다.
박지성의 입지를 두고 수많은 이야기가 터져나왔다. 시즌 초반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면서 어려운 상황을 겪었다.
그러나 몰아치기에 능한 박지성은 지난해 9월 23일 칼링컵 스컨소프전에서 1골 2도움을 기록하며 서서히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예열이 조금 늦었던 그는 마침내 11월 대폭발했다. 3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부르사스포르(터키)전서 1도움을 올렸고, 7일 정규리그 울버햄턴전에서는 직접 승리를 결정짓는 두 골을 넣었다. 특히 추가 시간에 결승골을 터뜨려 순도도 높았다.
이전까지 승리를 보조하는 역할에 머물렀던 박지성은 스스로 승리를 만드는 선수로 거듭났다. 선수들의 잇따른 부상이라는 악재를 만났던 퍼거슨 감독의 부담을 덜어주는 박지성의 활약이었다. 특히 경험이 부족한 맨유의 젊은 선수들 사이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박지성의 존재감은 대단했다.
이후 21일 위건 애슬레틱(1도움), 28일 블랙번 로버스(1골)전에서 내리 공격포인트를 만들어냈다. 11월에만 3골 3도움으로 날아다녔고 맨유도 선두 탈환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상승세를 그리던 박지성은 12월 26일 선덜랜드전 이후 카타르 아시안컵에 한국 대표로 출전하느라 한 달 동안 자리를 비웠다. 이 사이 맨유는 선두를 지켰고 FA컵 16강에 진출하는 등 박지성의 공백에도 순항했다.
아시안컵 후 A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박지성은 팀으로 돌아가 또 다시 경쟁 구도에 휘말렸다. 설상가상으로 훈련 중 오른쪽 허벅지 뒷근육을 다쳐 정규리그와 챔피언스리그가 종반으로 흐르는 시점에야 복귀할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맨체스터 이브닝뉴스 등 지역 언론에서는 올 여름 이적 시장에서 박지성이 정리 대상이라는 지겨운 보도도 나왔다.
그래도 박지성은 박지성이었다. '이름없는 영웅'이라는 별명에 맞게 그는 큰 경기에 강함을 과시했다. 4월 13일 첼시와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는 결승골을 터뜨리며 맨유의 4강을 견인했다. 라이언 긱스의 패스를 받아 안정감 있게 넣은 골은 4강전의 백미였다. 맨유가 1-0으로 앞서다 첼시의 드로그바에 골을 허용해 위기에 빠진 뒤 1분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터져나온 골이라 더욱 값졌다.
5월 9일 정규리그 우승 경쟁을 놓고 벌어진 첼시와 36라운드에서는 경기 시작 후 36초 만에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의 골에 귀중한 도움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공교롭게도 이번 시즌 박지성이 공격포인트를 기록한 경기에서는 팀이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다. '박지성 골=맨유 승리'라는 공식을 만들었다.
당연히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 칭찬에 나섰다. 그는 "박지성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동료가 볼을 가지고 무엇을 하는지 확인하지 않고 빠르게 이동한다. 박지성은 환상적인 프로"라고 극찬했다.
23일 블랙풀과의 시즌 최종전에서 1골 1도움을 보탠 박지성은 시즌 8골 6도움으로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역대 최다 공격포인트 기록을 경신했다. 14 공격포인트로 지난 시즌 이청용이 세운 13 공격포인트를 넘어선 것이다.
아직 박지성에게는 또 하나의 도전이 남았다. 오는 29일 FC바르셀로나와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다. 아픔으로 남아있는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에 올라 화려한 마무리를 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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