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결국, 사퇴의 길을 걸었다.
FC서울 황보관(46) 감독이 26일 자진 사퇴했다. 지난 24일 광주FC와의 K리그 7라운드에서 0-1로 패하며 14위까지 내려앉은 팀 성적이 결정적인 이유였다.
서울은 팀 창단 이후 첫 시즌 중 감독 사퇴라는 새 역사를 썼다. 럭키금성 시절에도 중도 경질이나 사퇴는 없었다. 2004년 서울로 연고지 이전을 해온 뒤 처음이라 더욱 아픈 사건이다.
지난해 10년 만에 K리그 우승을 한 챔피언팀이 올 시즌 들어 1승3무3패, 승점 6점으로 최악의 시즌 출발을 하고 있는 중이라 황보 감독의 사퇴는 더욱 쓰리기만 하다.
서울은 당분간 최용수(38)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아 팀을 이끌 예정이다. 그러나 강원FC가 최순호(49) 전 감독 사퇴 이후 김상호(47) 수석코치를 감독으로 승격시킨 것과 달리 서울은 최용수 수석코치에게 정식 감독을 맡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한 고위 관계자는 "아직 감독이 사퇴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후임 감독을 물색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일단은 최용수 수석코치 체제로 이어가면서 후보군이 나타날 경우 협상을 할 예정"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빠른 팀 안정을 위해서, 또 남은 시정 일정을 감안하면 감독 선임이 필요하다. 대행 체제와는 엄연히 다르다. 역대 감독대행 체제로 운영했던 팀들의 사례만 봐도 단기 처방에서는 나름대로 성과를 냈지만 장기전에서는 득이 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수도 서울을 대표하는 팀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때문에 차기 서울의 감독을 누가 맡을 것이냐에 관심이 모아진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지난 2009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포항 스틸러스를 정상에 올려놓았던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이다.
챔피언스리그 우승 뒤 알 아흘리(사우디아라비아)로 자리를 옮겼던 파리아스는 알 와슬(UAE)과 올 6월까지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밀한 패스에 의한 화끈한 공격 축구를 구사하는 파리아스의 스타일은 서울의 선수 구성에 딱 맞다는 평가다.
황보관 감독의 영입 과정에서 후보에 올랐었던 연세대 신재흠 감독도 있다. 연세대는 올 시즌 FA컵에서 실업팀 창원시청을 꺾고 32강에 진출하는 등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신 감독은 지난해 U리그 우승을 이끌며 대한축구협회 최우수지도자상을 수상했다.
지난 1983년 대우 로얄즈를 통해 K리그에 입문한 신 감독은 1984년 서울의 전신격인 럭키금성에서 생활하며 27경기에서 1골 2도움을 기록했었다. 축구협회 기술위원을 역임하는 등 현장 경험도 풍부하다. 인지도가 떨어지고 프로 경험이 적은 것이 약점이라 할 수 있다.
시즌 도중 갑작스럽게 황보관 감독이 물러남에 따라 서울은 새 감독 선임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빠른 팀 분위기 수습을 위해 감독 선임을 서두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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