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2011시즌을 앞두고 FC서울이 야심차게 영입한 황보관 감독이 결국 사퇴했다. 황보관 감독은 26일 구단을 통해 성적 부진 등의 이유로 자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아직 K리그가 7라운드밖에 치르지 않았고, 4월도 다 가지 않았는데 강원FC 최순호 감독에 이은 두번째 사령탑 사퇴라 충격적이다.
황보관 감독의 사퇴 표명. 그리고 사퇴를 받아들인 서울. '디펜딩 챔피언'의 추락과 함께하고 있다. 화려했던 지난해의 영광을 이어가려던 서울의 위신은 순식간에 떨어졌고, 챔피언의 위용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까지 몰락했다. 승점자판기라는 소리까지 들을 정도였다.
지난 시즌 10년 만에 K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린 서울은 올 시즌에도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K리그 시작과 함께 서울은 극도의 부진에 빠져들었다. 3월 동안 정규리그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신임 황보관 감독은 자신만의 색깔을 찾지 못하며 우왕좌왕했다. 공격축구도 아닌, 수비축구도 아닌, 불분명한 색을 선보였다. 최고의 전력을 보유했으면서도 그 전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특히나 성남에서 이적해온 '최고의 용병' 몰리나가 평범한 용병 정도의 활약밖에 하지 못하는 묘한 상황도 경험해야만 했다.
4월 들며 서울은 전북 현대에 3-1 대승을 거두며 부활의 날갯짓을 하는가 싶었는데, 이후 다시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잘 나가던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조 1위를 내주게 됐다. 그리고 지난 7라운드 광주FC전이 황보관 감독의 사퇴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디펜딩 챔피언' 서울은 신생팀 광주에 0-1로 무릎을 꿇었다. 챔피언의 자존심이 바닥으로 떨어진 것이다. 황보관 감독은 더 이상 변명거리가 없었다. 서울은 1승3무3패, 승점 6점으로 K리그 16개팀 중 14위로 밀려났다.
이미 챔피언의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데 실망감이 커지며 황보관 감독에 불만을 품고 있던 서울팬들은 다른 팀도 아닌 신생팀에게 챔피언이 패배했다는 사실에 분노를 절정으로 끌어올렸다. 서울 구단의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황보관 감독 사퇴를 요구하는 팬들의 글들로 넘쳐났다.
챔피언의 몰락. 최고의 선수들을 보유했으면서도 하나로 만들지 못했던 리더십. 패배하더라도 희망을 제시하지 못했던 황보관 감독. 그의 마지막 선택은 이른 사퇴였다. 결국 그는 불명예스럽게 서울을 떠나게 됐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