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승리를 부르지는 못했지만 의미 있는 '괴물'의 한 방이 터져나왔다.
강원FC의 김영후(28)는 올 시즌 출발을 상쾌한 마음으로 했다. 동계 훈련도 문제가 없었고 컨디션도 나쁘지 않았다. 부인이 2세를 잉태하는 등 기분 좋은 일만 계속됐다. 군입대까지 미룰 정도로 강원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며 시즌 활약을 벼렀다.
그러나 시즌 개막 후 골이 터지지 않았다. 지난해 마지막 경기까지 포함하면 정규리그 7경기 연속 무득점. 2009년 13골 8도움을 기록하며 신인왕을 차지했고 지난해에도 14골 5도움으로 준수한 활약을 한 것과 비교하면 답답함의 연속이었다.
골 넣는 공격수의 임무를 다하지 못했고 강원은 연패에 빠졌으며, 결과적으로 은사인 최순호 감독의 자진사퇴에도 영향을 미쳤다. 김영후는 "감독님께 정말 할 말이 없다. 전화도 못드렸다"라며 미안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럴수록 김영후는 훈련에 매진하며 신앙의 힘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했다. 기독교 신자인 김영후는 매일 기도를 통해 마인드 컨트롤을 하면서 팀의 첫 승을 기원했다. 자신이 골을 넣어야 한다는 신념에도 흔들림이 없었다.
독서로 심리적인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노력도 했다. 평소 책을 많이 읽지 못하지만 심리와 관련된 내용을 되새기며 마음의 안정을 찾는데 주력했다.
마침내 기다리던 김영후의 골이 터졌다. 23일 오후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내 주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7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 경기서 정규리그 첫 골을 터뜨렸다. 컵대회 광주FC와의 개막전에서 두 골을 넣었지만 정규리그에서 마수걸이 골을 넣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었다.
지난 6라운드 수원 삼성전에서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 퇴장 징계를 받은 신임 김상호 감독의 얼굴은 김영후의 골로 잠시나마 활짝 펴질 수 있었다. 징계로 김 감독이 관중석에서 지켜봐 김영후는 달려가 품에 안기는 골 세리머니를 하지 못했지만 기쁨의 시간이었다. K리그 통산 30골 중 인천을 상대로 5골을 넣는 등 유독 강한 면모도 드러냈다.
그러나 허술한 수비와 패배의식에 젖어 있는 강원의 팀 분위기가 문제였다. 상승세를 타지 못하고 한순간에 수비가 뚫리면서 인천의 김재웅, 유병수, 박준태에게 연속 세 골을 허용했다.
김영후는 부담이 컸는지 추격의 기회를 날리며 그 역시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말았다. 41분 이창훈이 장원석의 파울로 페널티킥을 만들어냈지만 키커로 나서 볼을 허공으로 날렸다. 여기저기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김영후는 첫 골을 맛봐 잠시 기뻤지만 강원은 패배의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며 7연패를 당한 쓰디쓴 경기였다. 팀에 승점 3점을 안겨다 주는 골을 김영후는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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