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상대팀에서 조금만 머뭇거리면 주자는 무조건 다음 베이스까지 달린다. 두산의 '발야구'가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지난 6일 목동 두산-넥센전에서 두산은 '발야구'로 승리를 따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두산은 선발 이현승이 5.1이닝 1실점 호투로 승리의 디딤돌을 놓고 타선도 초반부터 차곡차곡 득점을 쌓아 5-2로 승리했다. 두산은 개막전(2일 LG전) 승리 후 2연패를 당하고 있던 터라 경기 전부터 김경문 감독은 승리에 대한 의욕을 내비쳤고, 선수단 사이에서도 긴장감이 감돌았다. 단 2연패일 뿐이지만, 올 시즌 'V4'를 정조준한 두산은 그 2패로 자존심이 상했던지 이날은 투지가 넘쳤다.
특히 득점루트를 살펴보면 두산의 무서움을 확인할 수 있다. 이날 넥센전서 두산은 1회초 2점, 3회초 1점, 7회초 2점을 올렸다. 그런데 그 중 두산의 발야구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 있었다.
먼저 1회초 이종욱과 정수빈의 연속 안타 후 넥센 선발 김성현의 폭투로 무사 2, 3루를 만든 상황에서 김현수가 좌익수 플라이를 쳤을 때였다. 타구 방향이 좌익수 쪽으로 깊지 않게 간 만큼 3루 주자가 홈까지 내달리기는 다소 애매할 수도 있었지만, 3루주자 이종욱은 고민하지도 않았다. 공이 좌익수 글러브 안으로 들어간 순간 스타트를 끊은 이종욱은 여유있게 홈을 밟았다.
3-1로 단 2점차 리드를 하고 있던 7회초, 이종욱은 다시 한 번 멋들어진 베이스러닝을 보여줬다. 1사 1루 상황에서 정수빈이 좌익수 방면 2루타를 때려내자 이종욱은 전력으로 다이아몬드를 돌았고, 넥센 좌익수 오윤이 한 차례 타구를 놓친 것을 보고 곧바로 홈까지 내달렸다. 원히트원에러로 인한 추가득점. 4-1로 점수가 벌어지면서 사실상 승부가 갈린 순간이었다.
야구는 호쾌한 홈런으로 승부가 갈리기도 하지만, 세밀한 플레이 하나로 명암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다. 경기 전 김시진 넥센 감독도 "야구는 완벽하게 이기는 것보다 실수를 줄이며 기본기가 뒷받침돼 이기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날 두산은 수비와 주루플레이에서 한 수 위의 기량을 보여주면서 승리했다.
경기 후 김경문 감독도 "베이스러닝을 열심히 하면서 팬과 팀이 바라던 모습을 보였다"고 만족스러운 소감을 밝혔다.
올 시즌 두산은 '혼합야구'를 지향하고 있다. '한방 야구'와 함께 '발야구'를 적극적으로 구사, 득점루트를 다양하게 찾겠다는 말이다. 김동주까지 외야 플라이가 나왔을 때 재치있는 태그업으로 한 베이스를 더 가는 장면을 잇달아 보여주고 있을 정도다. 상대 수비가 잠깐 머뭇거리기라도 하면 두산의 주자들은 금방 한 베이스를 더 진루한다. 이종욱의 주루플레이는 이날 경기의 백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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