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가 시범경기 최하위라는 불명예스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있는 김성근 감독의 마음이 바빠지고 있다.
SK는 27일 막을 내린 2011 시범경기에서 막판 3연패를 당하는 등 4승8패 승률 3할3푼3리로 8위에 머물렀다. 2007년 시범경기 1위를 차지한 SK는 이후 2008년 7위, 이듬해 6위, 지난해 5위로 그리 성적이 좋은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정규시즌 성적은 달랐다. 4년 내리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그 중 3차례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시범경기는 그저 시범경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준 팀이 SK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사정이 조금 달라 보인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이 부진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팀의 대들보였던 포수 박경완의 부상으로 인한 공백이 가장 크다. 지난해 오른쪽 아킬레스건 수술을 한 박경완은 현재 재활 중에 있다. 개막전 출장은 물론 정규시즌 복귀 시점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SK 전력의 절반'이라고 평가되는 박경완의 빈자리는 예상보다 컸다. 김성근 감독은 시범경기에서 최동수에게 10년만에 포수 마스크를 씌우는 강수까지 뒀다. 만족스러울 리 없었다. SK의 올 시범경기 평균자책점은 5.60으로 치솟으며 최하위에 머물렀다. 지난 2009년에도 SK는 박경완의 부상으로 정상호가 대신 주전 포수로 나섰고, 그 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김성근 감독 부임 이후 2009년은 SK가 우승을 거머쥐지 못한 유일한 해로 기록됐다.
지난 시즌 종료 후 안면 근육 부상을 당했던 '에이스' 김광현의 페이스도 좋지 않다. 김광현은 27일 문학 넥센전 마지막 등판에서 2이닝 5피안타 2탈삼진 5실점을 기록하면서 패전투수로 기록됐다. 2회까지 투구수는 51개에 이르렀다. 류현진과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15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3.1이닝 4실점을 기록하며 '판정패'를 당했고, 22일 문학 LG전에서도 4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김광현이 3경기 등판에서 거둔 평균자책점은 10.61. 성적뿐 아니라 5이닝 이상을 책임지지 못했다는 점도 불안하다. 정규시즌을 앞두고 마지막 최종 점검을 하는 시범경기라는 점에서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한 김광현의 모습은 팀 에이스로서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SK답지 않은' 실책도 문제다. 내야 땅볼을 처리하지 못해 안타를 만들어주거나 평범한 플라이를 놓쳐 대량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는 등 거의 매 경기 실책성 수비 플레이가 나왔다. 김성근 감독이 가장 우려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올 시범경기는 정규 시즌을 방불케할 정도로 치열한 양상을 보였다. 그저 컨디션 점검에 그치지 않고 8개 구단 감독과 선수들 모두 매 경기 최상의 전력을 보여주기 위해 애썼다. 9회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해 연장에 돌입한 경기도 5경기나 된다. 하지만 시범경기서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둔 타 팀에 비해 SK는 오히려 걱정만 늘었다. 타격과 마운드, 수비 등 어느 하나 마음이 놓이는 곳이 없다.
그래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SK를 어김없이 우승 후보로 꼽는다. 한순간의 방심도 허용하지 않는 치밀한 야구를 선보이는 SK가 시범경기 부진을 정규시즌에도 이어갈 것이라는 예상은 누구도 하지 않는다. 주전 선수들이 복귀해 정상적인 라인업을 갖춘다면 올 시즌 역시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SK이기 때문이다.
시범경기가 끝나도 SK는 쉬지 않는다. SK 선수들은 28일 곧바로 자체 훈련에 돌입한다. 부진했던 성적을 만회하기 위한 가장 SK다운 방법이다. 하지만 정신력만으로 버티기에는 다른 팀들의 기량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주전 선수들의 제자리 찾기가 디펜딩 챔피언의 자존심 회복에 가장 빠른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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