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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희정의 2012 드래프트]대졸예정 사이드암투수(1) 임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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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드암 ◀

올 시즌 고교와 대학 가릴 것 없이 좋은 기량을 갖춘 사이드암, 일명 '옆구리 투수'가 많다. 고교에서는 작년 시즌 9승 4패 평균자책점 1.73을 기록하며 3학년 선배들을 제치고 최다승과 최다완투(6게임 완투, 2번 완봉 ) 최다이닝(15경기 93.2이닝)을 기록한 임기영(경북고3)이 가장 눈에 띈다. 130km대 후반의 빠른 공과 다양한 변화구 제구 능력을 갖춘 정통 사이드암 한현희(경남고3)도 2012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 가능성이 높은 고졸예정 투수로 손꼽히고 있다.

고교에서만 해도 투수부족에 시달리면 야수들에게 투수 겸업을 시키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가장 빠른 시간 내에 마운드에 올릴 정도로 투수 훈련 기간이 비교적 짧은 투구 폼이 사이드암이라 고교 지도자들은 너나없이 매년 사이드암 투수를 길러내고 주축 선수로 활용한다.

그래서일까? 대학에서도 꾸준히 사이드암 투수의 비율은 늘면 늘었지 줄지 않고 있다. 특히 올해는 제대로 실력을 갖춘 '알짜배기' 졸업예정자가 다수 포진해 있어 이들의 향후 진로에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프로 상위 지명 가능성이 높은 고졸예정 선수만 해도 3~4명 정도이고 거기에 만만치 않은 대학세까지 합한다면 올 신인드래프트에서 이들의 경합은 예상을 뛰어넘을 전망이다. 사이드암 투수들 입장에서는 무척 불행한 시즌이 아닌가 싶다.

▲임치영 (성남서고-고려대. 178cm 80kg)

"(신)정락이 형보다 스피드는 떨어지지만 제구력과 변화구 구질 수에서는 앞선다고 생각해요. 또 마운드에서의 자신감도 제가 좀 더 낫다고 생각해요. 물론 정락이 형과의 대결도 기대되죠."

대학 선배 신정락(LG. 사이드암)과 자신을 비교해 보라는 기자의 요구에 임치영은 잠시 주춤했다. 성실함과 꾸준함, 철저한 자기관리의 대명사로 통한 신정락이란 존재는 후배 임치영에겐 모범답안과 같았다.

가장 존경하는 선배이자 닮고 싶은 형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지만 이내 뭔가를 결심한 듯 거침없이 자신의 장점을 꺼내들며 결코 선배보다 못할 것 없다는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학번으로는 2년 위지만 나이 상으로는 한 살 차이가 나는 신정락은 2010 신인드래프트 전체 1번으로 LG에 지명돼 프로무대에 진출해 있다.

임치영은 성남에 위치한 희망대초등학교 2학년 때 처음 야구공을 잡았고 이후 성일중을 거쳐 성남서고에 입학했다. 또래 선수들보다 한 뼘 이상 작은 키였는데도 투수를 고집했고 끝내 마운드를 포기하지 않았다.

"키도 작고 허약한 편이었죠. 꼭 투수로 성공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좀 더 몸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에 2학년 때 유급을 결정했죠."

고2 당시 168cm에 불과했던 키는 그의 바람대로 제법 자라줬지만 결국 180cm는 넘지 못했다.

"이젠 더 자라지 않죠.(웃음) 아직도 키에 대한 아쉬움이 커요. 신체조건의 불리함을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는 점이 늘 고민이죠."

투수는 키가 클수록 유리하지만 그 중에서도 사이드암의 경우는 팔 높이와 연관성이 높아 장신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하지만 임치영은 140km대 중반의 빠른 볼을 보유할 정도로 자신의 몸을 최대로 이용할 줄 알았고 대학진학 후 곧바로 본색을 드러냈다.

철저한 직업의식으로 무장한 프로 무대의 베테랑 투수도 3년 연속 꾸준히 호성적을 내기란 쉽지 않다. 반갑지 않은 부상과 슬럼프를 피할 수 있는 건 의지와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치영은 대학 입학 후 지난 3년의 기간 내내 한결같았다. 당연히 남들처럼 잔부상도 있고 부진할 수 있었지만 적어도 매년 받아든 성적표만큼은 굴곡없는 최고의 우등생이었다.

1학년 때 50.2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1.95를 기록했고 2학년 때엔 40.1이닝 동안 7자책점만 내주며 1.56, 그리고 3학년이던 작년엔 54.2이닝에 평균자책점 1.48를 찍었다. 3년간의 성적을 합산하면 총 145.2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1.67에 12승 4패를 기록했다. 1점대 평균자책점을 3년이나 유지한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화려한 성적에 걸맞게 그는 작년 3차례나 국제대회에 출전했다. 미국 대학대표팀과의 5차례 친선전을 비롯해 성균관대 선수들이 주축으로 출전한 제 5회 세계대학선수권대회, 그리고 프로의 1.5군들이 주를 이뤄 나선 대륙간컵까지 임치영은 모두 대표팀에 합류해 정신없는 한 시즌을 보냈다.

"세계 무대를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었던 것 자체가 축복이라면 축복이죠. 덕아웃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큰 공부가 되잖아요."

고려대는 우완 윤명준(4년)과 임치영을 앞세워 현재 진행 중인 춘계리그 우승을 노린다. 아니 한 대회가 아닌 몇 개 대회를 석권하겠다는 야심을 품는 것 자체가 큰 욕심이 아니라는 것을 자타가 인정하고 있다. 대학 최고의 우완과 사이드암의 조화는 상대 타선에게 점수를 쉽게 헌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선입관이 다른 팀의 뇌리에 강하게 자리잡아 있는 상태다.

지난해까지 고려대 사령탑이었던 양승호 감독이 롯데로 부임하면서 한동안 선수들은 혼란스러웠다고 했다. 그렇지만 똑같은 시스템으로 동계훈련을 소화했고 달라진 건 없다며 어느 정도 적응을 한 상태라고 했다.

임치영은 친가 쪽 고향이 창원이라며 은근슬쩍 지역연고를 밝히며 제 9구단 엔씨소프트에 대한 관심을 보였지만 롯데도 가고 싶은 팀이 되었다고 했다. "(양승호) 감독님과 함께 하고 싶어서요. 다른 이유는 없어요.(웃음)"

동계훈련을 통해 체력보강에 주력했고 작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체인지업을 새롭게 익혀 그것을 실전에서 던질 수 있도록 연습했다는 임치영은 커브와 싱커에 이어 완벽한 체인지업까지 던질 것이라며 올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요즘 고등학생 애들은 하나같이 왜 그렇게 체격들이 좋데요? 잘 던지는 애들도 많고. 저보다 5살이나 어린 애들과 (드래프트에서) 상대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머리가 아프네요."

최고구속 148km의 빠른 볼을 장착했고 3년 연속 1점대 방어율을 유지했건만 그래도 드래프트가 주는 압박감 만큼은 여느 선수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듯했다. 과연 임치영이 어느 구단 스카우트의 부름을 받게 될 지 궁금해진다.

조이뉴스24 홍희정 객원기자 ayo3star@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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