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좌완 특급 류현진(24, 한화)과 김광현(23, SK), 둘이 펼치는 그들만의 '추격전'이 볼 만하게 전개되고 있다. 연봉 이야기다.
김광현은 지난 7일 SK 구단과 전년도 연봉 1억7천5백만원에서 9천500만원(54.3%) 인상된 2억7천만원에 올 연봉 계약을 체결했다. 프로 5년차에 고액 연봉 대열에 합류한 것이야 김광현의 그동안 실적을 감안하면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올해 연봉 2억7천만원은 뭔가 뜻하는 바가 있다.
지난해 류현진이 받았던 연봉이 바로 2억7천만원이었다. 이는 프로 5년차 역대 최고 연봉이기도 했다. SK 구단은 김광현의 연봉을 2억7천만원으로 책정함으로써 적어도 5년차 시점에서 류현진과 같은 연봉으로 최고의 위치에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해준 셈이다.
김광현의 연봉 계약 소식이 전해진 7일 오후 늦게, 이번에는 한화가 류현진과의 재계약 소식을 알렸다. 지난해 2억7천만원에서 1억3천만원(48.1%)이나 오른 4억원이 올해 류현진이 받게 된 연봉이다.
물론 류현진의 연봉 4억원은 또 6년차 역대 최고 연봉 기록을 갈아치운 것. 지금까지 6년차 최고 연봉이던 이승엽(당시 삼성)의 3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뿐만 아니라 이대호(롯데)의 7년차 최고 연봉(3억 2천만원)보다도 훨씬 높은 금액이다.
김광현이나 류현진이 각각 이 정도의 연봉을 받는 것은 둘이 보여준 기량이나 팀 기여도, 상징성 등을 고려할 때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일단 김광현에게 2010년은 최고의 시즌이었다. 2009년 당한 왼손등 부상의 후유증으로 개막전에는 출장하지 못했지만 이닝수(193.2이닝), 다승(17승), 평균자책점(2.37) 등에서 자신의 데뷔 이후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2년만에 다승왕을 탈환했고, 팀의 페넌트레이스 및 한국시리즈 우승에 에이스로 절대적인 기여를 했다.
류현진에게도 2010년은 여러가지 면에서 큰 획을 그은 시즌이었다. 개막전부터 8월 17일 잠실 LG전까지 단일시즌 2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라는 세계최고 기록을 세웠고, 5월11일 청주 LG전에서는 정규이닝 한 경기 최다 탈삼진 신기록(17개)도 세웠다. 탈삼진(187개)과 평균자책점(1.82) 부문에서 2관왕에 올랐고,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대표팀 에이스로 금메달을 획득하는 데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
어쨌든 김광현과 류현진이 국내 최고투수 자리를 놓고 벌이는 자존심 대결은 올해에도 연봉 계약과 함께 벌써부터 불이 붙었다. 1년 선배인 류현진이 앞서간 길을 김광현이 계속 쫓아가는 형국이 수 년째 반복되고 있는 양상. 달아나는 류현진도, 쫓아가는 김광현도 지칠 줄 모르며 최고의 자리를 양보할 생각도 없어 보인다.
계약을 마친 후 김광현이 전한 소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광현은 "구단의 배려에 감사드린다. 5년차 최고 연봉을 받을 수 있게 도와주신 감독님을 비롯한 주변 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류현진과 같은 수준의 대우를 해준 데 만족했다. 그리고 이어 "6년차 최고 연봉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덧붙였다.
김광현의 목표는 이미 정해졌다. 내년에 다시 류현진의 연봉을 따라잡겠다는 것. 올해 류현진의 연봉이 4억원이 됐으니, 김광현은 올 시즌 또 다시 눈부신 피칭을 거듭해 내년 최소 연봉 4억원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1년을 앞서가고 있는 류현진은 또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으려 할 것이다. 6년차가 되면서 이제 점점 눈길이 해외리그로 향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새로운 의미에서의 분발과 자기 관리가 필요해진 시점이기도 하다.
프로 입단과 동시에 '괴물투수' 소리를 들으며 한국야구에 성큼성큼 큰 족적을 남기고 있는 류현진, 그 선배의 뒤를 역시 처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성큼성큼 쫓고 있는 김광현. 둘의 추격전에 긴장감이 넘칠수록 한국야구의 수준도 쑥쑥 치솟는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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