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꽃은 뭐니뭐니해도 바로 '홈런'이다. 펜스를 넘어가는 시원스러운 홈런포 한 방에 경기의 분위기를 단숨에 바꿔낼 수 있다. 지난 시즌 리그를 석권한 홈런왕 이대호(롯데)의 하늘을 찌른 인기도 이와 무관할 수 없다. 커다란 덩치로 홈런포를 가볍게 쏘아올리는 장면에 야구팬이라면 반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2010 시즌 이대호는 비단 홈런에서만 빛난 것은 아니다. 도루를 제외한 타격 전부문에서 타이틀홀더가 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이대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로 홈런이고, 그래서 타격 7관왕까지 거머쥔 이대호의 가치는 더욱 경이로울 수밖에 없다.
'독보적인 존재'는 다른 선수들에게는 큰 자극이다. 특히 홈런 부문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2009 시즌 홈런왕을 포함, 3관왕을 차지하며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섰던 김상현(KIA)에게 2010 시즌 이대호의 '원맨쇼'는 더할 나위 없는 자극제다. 그래서 김상현은 이대호에게서 타이틀을 되찾아오겠다고 일찌감치 도전장을 던졌다.
신묘년 새해, 2009년 모드로 돌아온 김상현과 2010년 기세를 이어갈 이대호가 정면대결을 벌인다. 홈런왕 대격돌이다.
이대호, 올해도 홈런왕은 내 것!2010 시즌 이대호는 무서울 것이 없었다. 치면 치는 족족 홈런이 됐고, 안타가 됐다. 이대호의 적은 상대 투수가 아니라 주변의 시선이었다. 시즌 막바지 허벅지 햄스트링 부상 속에서도 성적관리를 하는게 아니냐는 시선 탓에 이대호는 무리하면서 출장을 강행했고, 이것이 발목부상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외에 이대호는 천적이 많은 SK 투수들 말고는 적수가 없었다.
정규 시즌이 끝났을 때 이대호는 127경기 출장, 타율 3할6푼4리, 99득점 174안타 44홈런 133타점 장타율 6할6푼7리 출루율 4할4푼4리를 기록하며 모든 상을 휩쓸었다. 이대호는 "이제 상은 더 이상 욕심이 없다. 팀 우승을 해보고 싶다"고 더 이상 오를 곳이 없어 목표를 팀 성적으로 바꿀 정도.
최고의 시즌을 경험하면서 이대호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신감과 함께 미소를 잃지 않고 있다. 결혼 후 안정된 생활로 기량이 더욱 무르익은 이대호는 2011 시즌에도 7개 구단 투수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김상현, 빼앗긴 홈런왕 못참아!2010 시즌을 김상현은 '불완전연소'로 보냈다. 최종 성적은 79경기 출장, 타율 2할1푼5리, 44득점 62안타 21홈런 53타점 장타율 4할5푼8리 출루율 3할1푼2리. 2009년 홈런(36개) 타점(127개) 장타율(6할3푼2리)을 석권하며 KIA의 우승을 견인했던 '해결사'치고는 초라한 성적이다.
하지만 분명 김상현은 홈런왕의 위용만은 잃지 않았다. 왼쪽 무릎 부상과 오른쪽 발목 부상이 겹치면서 제대로 출장하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그의 21홈런은 놀라운 수치다. 기록한 안타가 62개밖에 안됨을 감안하면 김상현은 '걸리면 넘겼다'고 평가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물이 오른 타격감에도 부상에 발목이 잡혀 김상현은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경우가 많았고, 팀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탓에 그에게 2010년은 너무 진한 아쉬움으로 남았다.
때문에 김상현은 더욱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일본 미야자키서 열린 마무리캠프서 김상현은 홈런왕 타이틀을 되찾기 위해 쉼없이 방망이를 돌렸다. 50홈런이라는 구체적인 목표 수치까지 정해놓고 이대호에게 공개 도전장을 던졌다. 조범현 감독도 이를 보고 "이대호를 잡을 수 있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2011년, 김상현이 이대호를 노리고 있다. 야구팬들은 매일 이들의 홈런 레이스를 지켜볼 수 있을 전망이다. 진정한 홈런킹이 신묘년에 가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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