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할 때 다큐멘터리처럼 재현하는 것을 좋아해요. 시청자에게 진짜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싶기 때문이죠."
배우 고현정이 최근 SBS 목동 사옥에서 창사 20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최후의 툰드라' 4부 내레이션을 마치고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고현정은 드라마 '대물' 촬영에 여념이 없는 빠듯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내레이션을 흔쾌히 수락한 것에 대해 "TV 프로그램 보는 것을 즐긴다. 그중에서 다큐멘터리는 극도로 세련된 장르라고 생각한다"며 "연기할 때도 다큐멘터리처럼 재현해 시청자에게 진짜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또 이 같은 이유로 고현정은 객관적인 자세를 유지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내레이션과 연기는 다른 점이 없습니다. 연기할 때와 같은 마음으로 임하죠. 다른 점을 굳이 찾는다면 연기에선 울고 싶을 때 울고, 웃고 싶을 때 웃지만 다큐멘터리 내레이션할 때는 비교적 담담한 객관적 자세를 유지하려고 해요. '최후의 툰드라'를 더빙하면서 웃고 싶은 때도 있었고, 오늘 같이 울고 싶은 때도 있었지만 담담히 내레이션했어요."
고현정은 '이런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줬으면 하는 바람'이란 질문에 폭행당하고 버려지는 아이들의 문제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시베리아에서 유럽에 이르는 철도 여행에서 많은 아시아 아이들이 폭행을 당한 뒤 버려지고 있어요. 할례를 받는 여자아이들을 돕는 일을 하다가 파리의 어떤 자유기고가로부터 이 얘기를 듣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죠. 서양 남자들이 어린 동양 남자 아이들을 돈으로 사서 며칠을 즐긴 뒤 철도 중간중간 버리는 것입니다. 이 아이들은 평생 기저귀를 차고 살아야 한다고 합니다."
이어 고현정은 "나는 선진국들이 열악한 곳에 들어가 그곳을 그들 식대로 깨끗하게 해준다며 바꿔 놓는 것도 위선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살던 대로 놔두는 것이 오히려 옳지 않을까?"라는 의문과 함께 비판 의식이 살아 있는 다큐멘터리들이 많이 방송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고현정은 "그동안 제안이 오지 않아서일 뿐 다큐멘터리 제안이 올 경우 단 한 번도 거절한 적이 없다"며 "앞으로도 다큐멘터리 내레이션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SBS 창사 20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최후의 툰드라'는 국내 최초로 시베리아의 야말, 한티, 타이미르, 캄차카 반도를 아우르는 툰드라 지역을 카메라에 담은 다큐멘터리로, 지난달 14일을 1부를 시작으로 5일 밤 11시 10분 4부 '샤먼의 땅'이 마지막으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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