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도 중요하지만 제 인생에 있어서 새로운 경험들이 값진 선물이 될 것 같아요. 태릉선수촌에서 선수들과 훈련도 함께 해보고.(웃음) 이 모든 것 자체가 소중한 추억이 될 것 같네요."
야무지게 출사표를 밝히는 프로바둑 이슬아 초단(18)의 눈빛은 차분하면서도 빛났다.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바둑은 총 3개의 메달이 걸려 있다. 이 가운데 이슬아 초단은 여자 단체전과 혼성페어 두 종목에 출전한다.
사상 첫 아시안게임 참가를 앞두고 한국 바둑은 와일드카드로 이창호 9단과 이세돌 9단을 선정한 뒤 치열한 선발전을 통해 나머지 출전 선수들을 뽑았다.
이슬아 초단은 1차 대표 선발전 5회 리그에 이미 6승1패의 성적으로 1위를 기록, 4명을 선발하는 여자대표팀의 한 자리를 일찌감치 꿰찼다.
9살 때 처음 바둑알을 쥔 뒤 허장회 문하생으로 있다가 2007년 4월 입단한 이슬하 초단은 그 해 제6회 정관장배 단체전 우승의 일원으로 존재감을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2008년 세계 마인드스포츠 게임즈 대회에 국가대표로 출전한 경력이 있어 이번 아시안게임이 첫 태극마크는 아닌 셈이다. [이하 인터뷰 전문]
- 바둑 기사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는 외모다.(웃음) 바둑이 멘탈 게임이지만 체력도 중요하지 않은가? 무척 연약해 보인다.
"겉보기만 그렇지 사실 깡으로 버티는 스타일이다.(웃음) 마지막까지 정신력을 요하는 게임이라 아무래도 체력이 중요하다. 최근엔 대국 시간이 많이 짧아졌다. 예전에 장시간 게임을 했을 땐 힘들었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일주일이 넘는 시간을 하루에 한 판도 아니고 3판씩 치러야 한다. 체력소비가 많을 것이다. 또 하루에 연달아 경기를 하는 만큼 비록 졌다 하더라도 다시 새로운 자세로 대처하는 지혜로움도 필요할 것 같다."
-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상상은 해 봤는지?
"전혀 생각조차 못했다. 대표로 선발돼 참가 준비를 하면서 조금씩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사실 스포츠는 잘 모른다. 아는 선수들도 거의 없다. 하지만 태릉선수촌 생활도 짧게나마 해봤고 대회가 다가오면서 조금씩 국가대표로서의 책임감을 느낀다."
-바둑이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이 된 것에 대한 소감은?
"바둑이 아는 분들만 아는 분야에 그쳐왔기 때문에 사실 내 직업에 대한 자부심도 덜했다 그런데 이번 대회를 앞두고 많은 언론이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 같아 선수들의 사기가 오른 것 같다. 모두가 하고자 하는 의욕이 넘친다."
-개인전이 아닌 단체전으로 진행이 된다. 자신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 내 바둑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혹시 내가 지더라도 팀이 이기면 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길게 봐야 할 것 같다. 그 중에 혼성페어는 각 나라마다 두 팀이 출전을 하는데 박정환 8단과 호흡을 맞춘다. 한 돌씩 나눠 두는 것이라 서로간의 호흡이 중요하다. 혼성페어가 먼저 열리기 때문에 여기서 좋은 결과를 내서 그 분위기를 단체전으로 몰고 가야 한다."
- 자신의 바둑 스타일을 소개한다면?
"누구나 그렇듯 이기고자하는 욕구가 강하다.(웃음)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싸움바둑이다. 처음 배웠던 스승님의 영향도 크다. 끈질긴 면이 부족한 편이라 중반에 대세를 장악하고자 승부수를 일찍 띄우는 편이다. 전투적이다."
- 미리 그런 특성을 알고 보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바둑을 잘 아시는 분들보다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솔직히 더 많다. 바둑을 홍보한다면?
"어디선가 봤는데 두뇌개발이 된다고 하더라.(웃음) 룰만 숙지를 하면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잘 모르시는 분들은 처음엔 좀 어려울 수 있지만 오래 질리지 않고 새로운 재미가 무궁무진한 것이 바둑이 아닌가 싶다. 금메달을 따고 나면 관심을 더 많이 가져 주실 것이다. 그래서 꼭 메달을 따야 한다."
-3개의 금메달 가운데 남자단체전과 페어부문에서 우승 전망을 내놓고 있는데.
"물론 여자팀이 남자 기사들 보다는 약하다고 보시는 분들이 많아 그런 이야기가 있지만 여자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처음이라 대회 분위기가 어떨지 모르지만 도전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페어는 하늘이 정해주시는 게 아닐까 싶다.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박정환 8단과 연습은 많이 했는가?
"처음엔 어색했다.(웃음) 하지만 연습을 하고 합숙 훈련을 하면서 조금씩 친해지고 상대에게 익숙해졌다. 재미있게 훈련했다. 나의 약점을 박정환 사범님이 보완해 줄 것이라고 믿고 따를 것이다."
-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정식 종목으로 계속 남는 것이 바둑계의 목표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어깨가 무겁다.
"다음 아시안게임이 인천에서 열리는 만큼 광저우 대회에서 우리나라가 좋은 성적을 낸다면 다시 채택이 될 것이라고 본다. 그런 만큼 반드시 내가 출전하는 두 종목에서 모두 금메달을 차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우리같은 직업은 팬들의 사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바둑이 좀 더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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