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못 쳐도 이렇게 못 칠 수가 없다. 선동열 삼성 감독의 속은 까맣게 타버렸다. '최강 삼성'이라고 외치던 팬들의 함성이 무색하게 삼성의 타선은 비룡 좌완투수들에게 완벽하게 봉쇄당했다. 수모라고 평가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은 지난 18일 안방에서 열린 3차전마저 무너졌다. SK 선발 카도쿠라는 2이닝만에 1점을 뽑아내 강판시켰으나 이후 줄줄이 이어진 계투진의 벽에 막혀 무기력하게 주저앉았다.
이번 한국시리즈서 삼성의 화두는 SK의 좌완 계투 공략이었다. 선동열 감독은 시리즈 전부터 "좌완투수를 공략하지 못하면 진다"고 누누이 언급해왔다. 하지만 모든 수를 써도 삼성의 타선은 상대 좌완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3차전이 그 악몽을 여실히 보여준 한판이었다. 김성근 SK 감독은 카도쿠라의 뒤를 이어 (큰)이승호, 전병두, 정우람을 잇달아 등판시키는 좌완퍼레이드를 보여줬고, 경기 후반이 되자 정대현과 송은범을 투입시켰다. 삼성이 9회말 송은범을 상대로 1점을 뽑고 1사 2, 3루까지 만들어내자 이번에는 역시 좌완인 (작은) 이승호가 마운드에 올라 연속 삼진으로 승리를 지켜냈다.
삼성 타선은 그야말로 SK의 좌완군단에게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무너진 것이다.
그 탓에 선 감독은 한숨만 내쉬고 있다. 타순 및 선발라인업에 아무리 변화를 줘도 도무지 먹히지를 않는다.
3차전 후 선 감독은 패배의 원인을 한 마디로 요약했다. 그는 인터뷰룸에 들어서 자리에 앉자마자 "타자들이 일단 못 친다"고 패인을 언급했다. 이어 "한국시리즈 와서 선수들이 너무 긴장했다. 경직돼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삼성은 3패로 벼랑 끝 위기에 몰렸다. 선 감독은 "4차전서 지면 끝이니 총력전을 하겠다"고 4연패 수모만은 피하기 위해 단단히 벼르고 있다. 하지만 무기력한 팀타선이 살아나지 못하고, 또 SK 좌완 불펜진에게 속절없이 당할 경우, 이를 막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김성근 감독은 "야구는 어찌 될 지 모른다. 마지막 1승이 중요한 게 아니냐"고 방심은 금물임을 못박았다.
삼성의 2010 한국시리즈는 악몽으로 기억될 것인가. SK에게 도무지 빈 틈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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