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반격의 1승을 거뒀다. 우여곡절 끝에 거둬낸 천금의 승리다. 단숨에 삼성과 두산의 기세가 바뀌었고, 플레이오프의 향방은 이제 오히려 두산 쪽에 유리한 분위기가 됐다.
두산은 지난 8일 대구구장서 열린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서 4-3으로 승리하면서 1차전 패배를 설욕하고 시리즈 스코어를 1승1패, 원점으로 되돌렸다.
1승의 과정은 험난했다. 경기 후 김경문 감독은 "이런 경기는 처음이다. 가슴이 덜컹했다"고 상기된 얼굴로 한숨을 내쉴 정도였다.
이날 대구는 경기 직전부터 비가 내렸고, 도중 굵어진 빗줄기 탓에 두 차례나 우천중단까지 됐다. 경개 재개를 위한 그라운드 정비 시간까지 합해 총 78분 동안 기다리는 시간이 있었다. 이 탓에 김 감독은 선발 히메네스의 호투 흐름이 끊길까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었다.
하늘의 영향 외에도 두산은 삼성의 뒷심에 그야말로 식겁했다. 선발 히메네스의 7이닝 무실점 호투 속에 화력도 4점을 뽑아내면서 편안한 승리를 가져가는 듯 싶었지만 9회말 고영민, 손시헌의 실책으로 1점 차까지 쫓기면서 끝내기 역전패 직전까지 몰렸다. 결국 1사 2, 3루서 임태훈이 채상병, 김상수를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 경기를 마무리지었지만, 두산으로서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과정은 힘겨웠지만 어찌 됐든 두산은 반격 1승을 일궈내면서 분위기를 180도 바꿔냈다. 1차전 투수총력전을 펼쳤지만, 8회말 삼성 박한이의 스리런포 한방에 주저앉은 두산으로서는 불안감과 아쉬움으로 침체된 분위기를 단숨에 회복할 수 있는 전환점을 일궈낸 것이다.
남은 3, 4차전 무대가 안방 잠실인 점을 감안하면, 원정 1패 뒤 1승은 상승세의 시작이라는 측면에서 오히려 두산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북돋아주는 계기가 됐다. 히메네스 등 외국인 선수들까지 "잠실에서는 해볼 만하다"고 언급할 정도로 기세가 올랐다.
특히 준플레이오프의 힘겨운 경험이 두산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두산은 롯데를 만나 1, 2차전을 모두 내주고 벼랑 끝에 몰렸지만, 3. 4차전을 '꾸역꾸역' 승리한 뒤 5차전서 화력이 폭발하면서 플레이오프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1, 2차전 패배 후 바닥까지 추락한 선수단 분위기와 그 속에서 '해낼 수 있다'는 어려운 다짐을 현실화시킨 드라마를 선수단 전체가 불과 며칠 전 경험해본 것이다.
2패 후 3연승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두산의 저력은 '끈기'였다. 끝까지 물고늘어지며 역전 시나리오를 써냈다. 그리고 플레이오프서도 1차전 힘빠지는 패배 후에도 끈질기게 버텨내 곧바로 반격의 1승을 거둬들였다.
플레이오프 2차전 후 김경문 감독은 "선수들이 뭉쳐서 잘 냈다"고 밝혔고, 승부에 마침표를 찍은 임태훈 역시 "선수들이 별로 말이 없었지만 마음을 하나로 뭉쳐 이기려는 마음이 계속 느껴졌다"고 전했다. 준플레이오프의 경험 덕에 패배 후의 무기력함은 두산 팀내에서 사라졌다.
두산은 2010 가을을 '끈기'로 버텨내며 명승부를 연출하고 있다. 이제 편안한 안방에서 삼성을 맞이하는 두산은 어느새 유리한 고지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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