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한화)의 독주로 끝날 것 같았지만, 경쟁자들의 뒷심도 만만치 않았다.
2010 프로야구 투수 부문은 좌완 선발 투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졌고, 와중에 혜성처럼 등장한 토종 클로저 손승락(넥센)의 발견으로 더욱 흥미진진했다.
시즌 초부터 류현진의 맹투가 이어졌다. 고졸 투수로 유일하게 데뷔년인 2006년부터 18승을 기록하며 '괴물' 칭호를 들은 류현진은 올 시즌 거침없이 맹투 행진을 이어갔다. 그 결과 올 시즌 무려 2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시즌 홈 개막전이었던 지난 3월 30일 롯데전 7이닝 3자책점을 시작으로 류현진은 8월 17일 LG전서 9이닝 2실점으로 역투하기까지, 23차례 선발 등판한 경기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단 2차례(1968년 밥 깁슨, 2005년 크리스 카펜터, 이상 세인트루이스) 작성된 단일 시즌 2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최고 기록을 넘어서는 세계신기록. 지난 시즌 기록까지 포함하면 무려 29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가 된다.
시즌 24번째 등판이었던 8월 26일 넥센전에서 7이닝 4실점으로 대기록 행진을 마감했지만, 류현진으로서는 최선을 다한 피칭이었기에 아쉬움은 없었다.
시즌 초부터 이런 기록들을 이어가면서 류현진은 8월초까지 다승, 탈삼진, 평균자책점 등 투수부문 타이틀 독식을 노리면서 최고의 한 해를 보내는 듯 싶었다.
하지만 최하위팀 에이스로서 짊어진 과도한 부담감은 시즌 막판 부상으로 그를 주저앉혔고, 류현진은 시즌을 일찍 접고 휴식을 취하면서 경쟁자들의 피칭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다승 부문 경쟁자는 바로 김광현(SK)과 양현종(KIA). 둘은 류현진이 시즌 막바지 한 발 물러선 틈에 다승 부문에서 추격을 개시했고, 시즌 최종전까지 치열한 경쟁을 이어갔다. 그 결과 김광현은 류현진을 제치고 17승으로 다승왕에 올랐고, 양현종은 마지막 선발 등판서 승수를 챙기지 못하고 류현진과 함께 16승으로 공동 2위로 시즌을 끝냈다.
승률 부문 경쟁자는 차우찬(삼성)이었다. 차우찬은 시즌 최종전인 26일 잠실 LG전서 완투승을 거두고 10승(2패)고지를 밟아 승률 8할3푼3리로 막판 류현진(8할)을 제치고 극적인 역전 타이틀 홀더가 됐다.
최종적으로 류현진은 탈삼진과 평균자책점, 김광현은 다승, 차우찬은 승률왕에 오르면서 선발투수로서 따낼 수 있는 타이틀을 나눠가졌다.
와중에 두각을 드러내며 등장한 마운드의 샛별도 있었다. 넥센의 마무리 투수 손승락이다. 그는 화려한 세리머니와 겁없이 꽂아넣는 한가운데 강속구로 넥센의 뒷문을 든든히 지켜냈다.
지난해 신인왕이자 구원왕 이용찬(두산)이 음주운전 사고로 후반기 출전할 수 없게 되면서 손승락은 그마저도 제쳐내고 26세이브로 구원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소속팀이 하위팀 넥센이라는 점과 군(경찰청) 제대 후 복귀 첫해인 점을 감안하면 그의 성적은 더욱 가치가 있다.
한편, '홀드왕'은 두산 정재훈과 고창성이 팀내 경쟁을 벌였고, 23홀드를 기록한 정재훈이 1홀드 차로 1위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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