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호 1기 멤버가 발표될 당시 화두는 신예들의 대거 발탁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화두가 있었다. 바로 '불운의 스타'들이 조광래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그 대표적인 선수가 이근호(25, 감바 오사카)와 염기훈(27, 수원 삼성)이었다.
이근호는 허정무호 황태자로 군림했지만 컨디션 난조로 결국 2010 남아공월드컵 최종엔트리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염기훈은 월드컵에 출전하긴 했으나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며 팬들의 질타를 받았다. K리그에서 최고의 활약을 보이고 있지만 월드컵에서의 상심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따라서 조광래호에 발탁된 이들은 설욕의 무대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축구팬들 역시 이들의 새로운 모습에 많은 기대감을 가졌다.
이근호는 "조광래 감독님 밑에서 새롭게 시작하겠다"며 지난 아픔을 잊고 새로운 출발을 하겠다고 알렸다. 염기훈 역시 "월드컵 때의 아쉬운 부분을 만회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근호와 염기훈은 그 누구보다도 그라운드를 밟고 싶었던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근호와 염기훈은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했다.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하나은행 초청 월드컵 대표팀 16강 진출 기념 경기' 나이지리아와의 일전에서 이근호와 염기훈은 내내 벤치에서 머물러야만 했다.
전반전에는 박주영이 원톱에 섰고, 박지성이 왼쪽, 조영철이 오른쪽 윙어로 나섰다. 전반에는 이근호와 염기훈의 자리는 없었다. 후반 교체 멤버로 투입될 가능성을 엿보고 있었다. 하지만 후반에는 이승렬, 김보경 등이 투입됐다. 90분이 모두 지났지만 이근호와 염기훈의 출장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근호와 염기훈은 왜 출전하지 못한 것일까. 아직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한 것일까. 아니면 경쟁력에서 밀린 것일까.
경기 후 조광래 감독에게 그 정답을 들을 수 있었다. 이근호와 염기훈이 모자란 부분은 없었다. 단지 이번 경기에서는 젊은 선수들을 테스트해보고 싶었던 조광래 감독의 의지 때문이었다.
이근호와 염기훈은 이미 검증된 선수들이다. 언제든지 투입해서 활용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따라서 확실하게 기량이 검증되지 않은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가능성을 시험해본 것이다.
조광래 감독은 나이지리아전 후 "개인적으로 이근호는 상당히 좋아하는 선수다. 세밀하고 득점에 대한 감각이 있는 선수다. 그래서 선발했는데 오늘 이근호가 들어갈 수 있는 타이밍은 없었다. 조영철을 한 번 확인해보기 위해서 기용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좋은 경기를 했다"며 이근호를 출전시키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이어 조광래 감독은 "염기훈도 게임에 나가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선배 선수들이 후배들에게 양보를 했기 때문에 윤빛가람, 조영철, 김영권 등 여러 젊은 선수들을 테스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덧붙였다.
나이지리아와의 친선경기에서 이근호와 염기훈이 뛰는 모습을 볼 수는 없었지만 조광래호에서도 둘은 여전히 경쟁력 있는 주전 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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