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네덜란드 축구대표팀에는 한 가지 걱정거리가 있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윙어인 아르연 로번(26, 바이에른 뮌헨)에 대한 것이었다.
네덜란드 대표팀의 로번에 대한 공격 의존도는 상당했다. 로번은 조별리그 두 경기에 나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팀을 16강에 진출시키는 위력을 보여줬다. 당연히 네덜란드는 로번에 대한 믿음이 굳건했다.
이를 잘 알고 있던 16강 상대 포르투갈은 로번을 집중마크하며 공격 루트를 봉쇄했다. 결국, 네덜란드는 포르투갈에 막혀 8강 진출에 실패했다.
4년이 지난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로번은 여전히 네덜란드의 중심에 서 있었다. 지난 6일 헝가리와의 평가전에서 두 골을 터뜨리며 건재를 과시, 월드컵에서의 활약을 예고했다.
그러나 왼쪽 허벅지 뒷근육(햄스트링) 부상으로 재활에 매달려야 했던 로번은 조별리그 1, 2차전에 나서지 못했다. 로번의 부재로 네덜란드는 덴마크, 일본과의 경기서 상대 밀집수비에 고전하다 어렵게 승리를 챙기며 조기에 16강을 확정했다.
로번은 지난 25일(이하 한국시간) 카메룬과의 예선 3차전을 통해 복귀했다. 후반 28분 교체로 나선 그는 단 10분 만에 이름값을 해냈다. 수비수를 따돌리고 아크 오른쪽에서 시도한 왼발 슈팅이 포스트에 맞고 나왔지만 근처에 있던 클라스 얀 훈텔라르가 골로 연결했다.
28일 슬로바키아와의 경기에 드디어 선발 출전한 로번은 카메룬전과 비슷한 위치에서 선제골을 터뜨렸다. 수비수 두 명을 따돌리고 아크 오른쪽에서 중앙으로 방향 전환한 뒤 왼발로 시도한 슈팅은 카메룬전 슛의 데자뷰에 가까울 정도였다. 차이는 골의 성공 여부였을 뿐이다.
로번은 골 뿐 아니라 드리블을 통한 공간 파괴 등 네덜란드 공격의 젖줄 역할을 톡톡히 했다. 잦은 부상으로 '유리몸'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지만 정상적인 컨디션일 때의 로번이 어느 정도 위력적인지 확실하게 보여줬다.
2000년 네덜란드의 명문 PSV에인트호벤을 통해 프로에 데뷔한 로번은 2004년부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에서 3시즌을 보내며 28골 10도움을 기록했다.
이를 바탕으로 2007~2008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에 입성했다. 당시 이적료가 레알의 역사상 네 번째인 3600만 유로(약 630억원)였을 정도로 로번의 존재감은 상당했다.
그러나 잦은 부상으로 로번은 기회를 얻지 못했고 결국 지난해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으로 적을 옮겼다. 로번은 뮌헨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까지 이끄는 등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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