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 잉글랜드 월드컵 8강 신화를 다시 한 번 연출하려고 했던 북한의 꿈은 예선 전패와 함께 연기처럼 사라졌다.
북한은 25일 밤(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넬스프루트 음봄벨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월드컵 G조 조별리그 코트디부아르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0-3으로 패했다.
44년 만에 본선 무대를 찾은 북한은 1차전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1-2로 패하며 선전했지만 2차전 포르투갈에 0-7로 완패하며 승점을 올리는 데 실패했다. 이날 코트디부아르전마저 패해 북한은 3전 3패, 1득점 12실점, 조 최하위라는 기록을 남기며 씁쓸하게 월드컵을 마무리했다.
포르투갈전 때처럼 위축되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주겠다며 마음먹고 나온 북한은 아프리카 특유의 리듬을 앞세운 코트디부아르에 고전했다. 시작부터 카데르 케이타에게 위협적인 슈팅 찬스를 내주며 끌려갔다.
쉽게 공격 기회를 잡지 못한 북한은 14분 선제골을 헌납했다. 아르튀르 부카가 왼쪽 측면에서 가로지르기한 볼을 야야 투레가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오른발로 감아찼고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빨려들어갔다.
경기 전까지 2위 포르투갈에 골득실에서 9골이나 뒤져 다득점이 필요했던 코트디부아르는 강하게 북한을 압박했고 16분 로마릭의 슈팅이 왼쪽 포스트에 맞고 나오는 등 서서히 압박감을 높여갔다.
밀리던 북한은 프리킥으로 만회하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18분 미드필드 정면에서 얻은 프리킥을 키커로 나선 홍영조가 강하게 찼지만 골대를 살짝 빗겨갔다.
기회를 놓친 북한에 또 한 번 실점이 찾아왔다. 20분 디디에 드로그바가 수비수를 앞에 두고 오른발 슈팅한 것이 크로스바에 맞고 나온 것을 로마릭이 다시 헤딩으로 밀어넣으며 팀의 두 번째 골을 완성했다.
더 이상 실점하면 안 되겠다는 듯 북한은 수비를 더욱 촘촘하게 하며 코트디부아르에 맞섰다. 좀처럼 전진하지 않는 북한에 답답했는지 코트디부아르는 중거리 슈팅으로 활로를 모색했지만 쉽지 않았다.
후반에도 비슷한 양상은 계속됐다. 코트디부아르는 19분 살로몬 칼루와 아뤼나 댕단을 투입해 더욱 공격적으로 나섰지만 정대세를 원톱에 두고 나머지가 모두 수비에 가담하는 북한을 상대하기는 어려움이 컸다.
해법은 빠른 공격 전개였다. 37분 북한이 정대세가 골기회를 놓치자 역습에 나선 코트디부아르는 보카가 왼쪽 측면을 돌파한 뒤 가로지르기한 것을 칼루가 오른발로 골을 터뜨리며 승리를 확인했다. 하지만, 3골만 넣어서는 16강 진출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같은 시각 더반 모저스 마비다 스타디움에서 열린 조별리그 최고의 빅매치 브라질-포르투갈의 경기는 득점없이 0-0 무승부로 종료됐다.
이미 16강 진출을 확정, 비교적 편한 상태에서 경기에 나선 양 팀은 조 1, 2위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싸웠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오히려 선수들간 격한 충돌로 전반에만 양팀 합쳐 7장의 경고가 나오는 등 손해만 봤다.
브라질은 다니 알베스와 티아고의 슈팅으로 포르투갈을 공략하며 공격에서 우세를 보였지만 골은 쉽지 않았다. 30분 니우마르의 왼발 슈팅이 크로스바에 맞고 나오는 등 운도 따르지 않았다.
포르투갈은 무회전 프리킥이 일품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게 의존했지만 브라질의 꽉 짜인 조직력을 깨트리지는 못했다. 후반에도 비슷한 양상으로 경기가 전개됐고 양 팀 모두 골망을 흔들지 못하고 경기를 마쳤다.
브라질이 2승1무(7점)로 1위, 포르투갈이 1승2무(5점)로 2위를 확정하며 16강에 동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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