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 가슴 졸이게 한 차두리-김남일의 반박자 아쉬운 수비

한국이 월드컵 출전 사상 첫 원정 16강행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한국은 23일(한국시간) 새벽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의 모저스 마비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남아공월드컵 B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치고받는 골퍼레이드 속에 2-2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같은 시간 열린 아르헨티나-그리스전에서 아르헨티나가 그리스를 2-0으로 꺾으면서 한국은 1승1무1패로 승점 4점을 확보, 아르헨티나에 이어 조 2위를 차지하며 사상 첫 원정월드컵 16강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심판의 종료 휘슬과 함께 허정무 감독과 선수단은 눈시울을 붉히며 16강 진출의 감격을 누렸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한국은 수비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범하며 쉬운 경기를 어렵게 풀어가야만 했다.

우선 선취골을 내준 상황이 좋지 않았다. 전반 12분 차두리가 칼루 우체와의 몸싸움에서 밀려 오디아의 크로스에 이은 슈팅을 허용, 선취골을 내준 장면이 전반 초반 한국의 열세를 불러왔다.

파워와 체격이 강해 나이지리아 선수들을 강하게 압박하기 위해 오범석 대신 기용한 차두리의 과감한 대처능력이 아쉬운 순간이었다. 이후 차두리는 임무를 잘 완수해냈지만 1골이 치명적인 월드컵 무대에서는 분명 지적할 만한 상황이었다.

후반에도 힘든 경기를 불러온 장면이 연출됐다.

한국은 전반 38분 이정수, 후반 2분 박주영의 연속골로 2-1로 리드한 가운데 염기훈 대신 김남일을 투입했다. 그러나 김남일은 후반 23분 오바시에게 거친 백태클로 페널티킥을 내줬다. 야쿠부는 이를 침착하게 성공시켰고, 2-2가 되면서 경기는 극도의 긴장감 속에 어렵게 풀어나가야만 했다. 위험지역에서 좀 더 현명한 판단이 아쉬웠던 대목이다.

한국은 오는 26일 밤 11시 포트엘리자베스 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에서 A조 1위(2승1무)로 16강에 올라온 '월드컵 초대 챔피언' 우루과이와 8강행을 놓고 격돌한다. 통산전적 4전 전패로 객관적인 전력상 우루과이가 분명 한국보다 한수 위다.

이 점을 감안하면, 차두리와 김남일의 아쉬운 수비는 재현돼서는 안된다. 단 1전으로 명운이 엇갈리는 토너먼트서 전력상 열세인 팀이 선취골을 내주면 대량실점의 빌미를 불러올 수 있다.

만회골을 위해서는 전진할 수 밖에 없고, 이는 수비가 헐거워지면서 한수위 공격진으로부터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최대한 안정적인 수비가 가장 기본적으로 수행해야하는 선결과제인 것이다.

허정무 감독은 경기 후 "우리 선수들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갈데까지 가볼 것"이라고 한국의 목표가 이제 8강으로 변경됐음을 시사했다. 단 한번의 일전에서 수비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