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대작 SBS 월화드라마 '자이언트'가 MBC '동이'의 깨방정 숙종과 명랑 히어로 동이의 활약에 속수무책이다.
25일 시청률 조사회사인 AGB닐슨미디어리서치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 24일 방송된 '자이언트'의 시청률은 13.9%를 기록했다.
아역들의 열연에 조금씩 시청률이 오르고 있는 상황이지만 '동이'(24.6%)이 상승세를 꺾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이언트'가 아역들의 열연에 대한 호평, 스토리의 웅장함 등 많은 인기요인 속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뭘까. 이는 결국 SBS가 시대와 코드를 잘못 읽은 결과라 볼 수 있다.
'자이언트'는 1970~80년대 경제 개발기에 서울 강남 지역을 배경으로 고난과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인물 이강모의 이야기를 다룬 시대극이다.
지난 5회까지 이강모는 돈과 권력이 만들어낸 비극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권력에 목이 마른 조필연(정보석 분)으로 인해 부모를 잃은 이강모는 트럭기사에게 땅문서를 빼앗기고, 형을 찾으러 나간 사이 동생도 잃어버리고, 고열과 배고픔에 시달리던 젖먹이 동생은 어쩔 수 없이 외국에 입양 보내는 등 극단적인 비극의 연속으로 보는 시청자들 마음 역시 무겁다.
반면 '동이'는 어떠한가.
'동이' 역시도 초반의 무거움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발랄한 성인 동이 한효주의 등장으로 극의 분위기가 반전됐다. 동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한없이 즐거워지고 웃게 만드는 그 특유의 밝음으로 시청률 20%를 훌쩍 넘어섰으며, 30% 시청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러한 동이의 인기몰이에는 깨방정 숙종으로 분한 지진희의 영향도 크다.
'동이'에서 그려지는 숙종의 이미지는 기존 사극의 진중하고 딱딱한 이미지가 아닌 일반 백성들 앞에서는 한없이 자신을 낮추며 유머스러운 왕의 면모로 과시하며 시청자를 웃게 한다.
결국 시청자들은 부자동네 강남의 패권을 다투는 사랑과 복수를 그려낸 굵직하고 웅대한 서사시보다는 돼지껍데기를 마냥 즐거워하는 명랑한 임금과 파스텔톤의 후광을 발산하는 싱그러운 '동이'를 통해 친근한 위로를 받는 셈이다.
정확하게는 약육강식의 고되고 팍팍한 일상 속에 나와 같은 서글픈 인생을 사는 자이언트의 이강모 보다는 한없이 즐거워지고 웃음을 유발하는 동이를 보는 것이 더 즐겁다.
시청자들이 드라마라는 콘텐츠를 통해 원하는 것은 안방에 있는 TV 숫자만큼이나 다양하다. 드라마를 시청하는 모든 이들의 감성을 충족시키는 것은 물론 힘들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어깨가 축 쳐진 시대상황에서 사람들은 부자들의 성공신화가 아닌 일상의 소소함에서 더욱 큰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을 '자이언트' 제작진이 잊지 말아야 할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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