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잠실 삼성전이 끝나고 김경문 두산 감독은 "질 때도 내용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 선수들이 더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최근 무기력하게 패하는 경우가 잦아 김 감독이 단단히 화가 난 모양새다.
두산은 이날 삼성을 상대로 2-11로 완패했다. 믿었던 선발 김선우가 4이닝 6피안타 2볼넷 6실점(4자책점)으로 무너진 것을 극복하지 못했다. 화력의 침묵도 원인이지만 초반 기세를 내준 것은 역시 많은 실점을 한 김선우의 책임이다.
이날 승부를 가른 것은 3회초 5실점이었다. 박한이 도루 때 포수 송구를 놓친 2루수 오재원의 실책과 이영욱의 땅볼을 홈으로 다소 나쁘게 송구한 유격수 이원석의 아쉬운 플레이가 시발이 돼 선발 김선우가 무너진 것이다. 사실 불운이었다고 봐야 하지만, 따져보면 이를 극복하지 못한 것은 분명 김선우의 잘못. 결국 그는 5회를 채우지 못하고 강판당했다.
선발이 조기에 무너지는 것은 요즘 들어 김 감독이 질색하는 상황이다. 안그래도 선발로테이션이 붕괴된 마당에 선발투수가 최소 5이닝 이상을 책임져주지 못하면, 팀내 투수운용이 완전히 꼬여버리는 탓이다.
실제로 이날 경기 전 김 감독은 지난 7~8일 사직 롯데전 상황을 언급하며 "2~3회에 선발투수를 바꾸는 기분은 말로 다할 수 없다"고 쓰린 속을 털어놨다.(7일 이현승 1.2이닝 5실점/8일 홍상삼 3이닝 7실점) 선발진이 제 역할을 못해주면, 잇달은 연전에서 계획한 계투진 투입 시나리오가 완전히 뒤죽박죽이 돼버린다는 것이다.
때문에 김 감독은 "질 때 지더라도 선발이 (최소) 5이닝까지 해주고 지면 괜찮다. 그런 것은 어쩔 수 없다"며 "하지만 초반 무너지면 이후 경기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거듭 선발투수의 책임감을 강조했다.
지난 9일 롯데전서 선발로 내세운 임태훈이 호투해줘 승리한 것에 대해 "잘해줬다. 이대로만 하면 선발 시킬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선발투수의 5이닝(?) 호투를 김 감독이 얼마나 바라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11일 삼성전은 주중 3연전의 첫 판이었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컸다. 김 감독은 "첫 경기가 무너지면 안된다. 둘째날 어쩌다 져버리고 셋째날 상대가 좋은 투수를 내면 3연패가 금방"이라며 첫 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김선우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며 '필승'을 다짐했다.
하지만 잘해주던 김선우마저 불운 속 부진투로 무너지고 두산은 완패했다. 화력마저 가라앉으면서 최근 '선발 부진-화력 침묵'으로 완패하는 패턴을 또 한 번 되풀이했다. 김 감독이 그렇게 강조한 '선발 최소 5이닝 소화'는 이뤄지지 못했고, 그 주인공이 팀내 가장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던 김선우였다는 점에서 이날 두산의 패배는 더욱 쓰라렸다.
현재 두산은 삼성과 승차없이 승률에서 5리 차이로 앞서 아슬아슬한 2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12일 패하면 3위로 주저앉는다. 선발은 히메네스다. 선발진 고민으로 연일 한숨을 내쉬는 김경문 감독은 히메네스의 호투가 필요하다못해 간절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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