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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 대장정 마친 '추노', 사극의 새 장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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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벽두 액션 사극 한 편이 안방극장을 찾았다. 남자들의 거친 땀내음이 가득 베인 이 드라마가 안방극장으로 전해지면서 일대 변화가 일어났다.

지혜로운 왕도, 뛰어난 영웅도 그렇다고 해서 야심 가득한 팜므파탈 악녀도 등장하지 않는다. 꼬질꼬질 한 옷차림에 태양에 검게 그을린 근육진의 남자들뿐이다.

진수성찬 궁궐의 수라상은 걸죽한 입담과 함께 저잣거리의 막걸리 판으로 변했고, 지략과 모함으로 흥미를 더한 궁궐 정치의 야심대신 쫓고 쫓기는 노비와 추노패들의 땀내음만이 진동했다.

장장 8개월간의 대장정을 끝낸 천성일 작가는 드라마를 끝낸 소감에 대해 "특별한 건 없다"며 "지난 22일 마지막 촬영이 끝났을 때 비로소 '끝났구나' 생각했다. 처음 아무것도 모르고 작품을 시작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달렸다. 고생한 스태프들과 연기자들의 열정에 고맙다"고 소감을 밝혔다.

갖가지 숱한 기록과 이슈를 남기며 25일 막을 내린 KBS 2TV 특별기획 드라마 '추노'(극본 천성일, 연출 곽정환)가 남긴 것, 그리고 잃은 것은 무엇인지 분석해 봤다.

◆ 궁중 사극에서 민초 사극으로

'추노'가 명품 사극으로 꼽히는데 가장 큰 수훈을 세훈 것은 바로 '민초 사극'이란 장르를 개척한 것이다.

'추노'는 궁궐 속 높은 양반들의 이야기 대신 민초들의 삶을 통해 한 시대를 재현해냈다. '도망노비를 쫓다'라는 뜻의 제목처럼 사실상 인구의 절반이 노비였던 조선 중기 저잣거리를 배경으로, 기구한 사연으로 신분이 바뀌어버린 사람들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여기에 장혁, 오지호 등 쫓고 쫓기는 두 남자의 목숨을 건 추격전이 기존의 세련된 '영웅 사극'을 뛰어 넘어 '민초 사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데 성공했다.

또한 한정수, 김지석 등 남자 배우들은 근육질 몸매를 드러내며 '짐승남 열풍'을 일으켜 야성미 넘치는 길거리 액션 사극의 품위를 더했다.

◆조선판 '300'… 액션신의 진화

'추노'가 첫 방송 됐을 때가 기억난다. 국내 드라마 사상 최초로 사용된 레드원 카메라로 찍은 유려한 영상미는 영화 '300'과 비교할 정도로 화려하고 강렬했다.

이는 짐승남 열풍을 몰고 올 정도로 탄탄한 몸매로 거듭난 남자 배우들의 몸매와 더불어 전국을 돌아다니며 찾아낸 수려한 풍경과 어우러져 액션 영화 한편이 드라마 속으로 고스란히 들어온 듯 했다.

특히 태하와 철웅의 제주도 대결신, 대길 패거리와 철웅의 기와집 마당 대결신 등은 두고두고 회자될 만큼 화려하고 강렬했다. 여기에 대역 없이 연기한 장혁을 비롯해 오지호, 이종혁 등의 완벽한 액션 연기는 슬로 모션을 적절히 사용한 연출로 시청자들을 열광케 할 만큼 뛰어났다.

또 기와집과 초가집의 자연미가 살아있는 색감은 물론이고 풍경 하나하나까지 선명하게 잡아내는 레드원 카메라의 고화질 영상이 감상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빛나는 조연들의 열연

최근 드라마가 주연 배우뿐만 아니라 조연 배우들의 맛깔스런 연기에도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추노' 역시 큰 차별화는 없다. 하지만 '추노'는 주인공들의 이야기 비중과 그 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이야기가 거의 동일시 됐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양반집 도령에서 독종 추노꾼으로 전락한 대길(장혁 분), 노비 출신을 숨기고 양반가 규수가 된 혜원(이다해 분), 세자를 수행하는 무관이었다가 노비가 되어버린 태하(오지호 분) 등 중심 인물들이 중심축이다.

여기에 추노꾼의 우두머리였다가 대길에게 밀린 천지호(성동일 분)는 이른바 조연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맹활약을 펼치며 드라마의 한 축을 이뤘다. 때문에 천지호 역의 성동일이 선보인 완벽에 가까운 연기에 감탄한 일부 시청자들이 천지호의 죽음 이후 그의 빈자리에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 추노패의 홍일점인 설화 김하은과 송태하(오지호 분)의 심복으로서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한 곽한섬 역의 조진웅. 가수 출신의 데니안과 개그맨 출신의 김종석, 그리고 처음으로 사극에 도전한 박기웅 등은 명품 조연 연기로 '추노'의 흥행에 크게 기여했다.

이외에 명포수였다 노비가 되어 밤마다 양반 사냥을 하는 업복이(공형진 분)와 반란 노비들의 이야기, 대길 패거리가 머무는 저잣거리의 춘화 화가 방화백(안석환 분), 노비 잡는 추노꾼들을 등쳐먹는 오포교(이한위 분) 등이 또 다른 이야기의 축을 형성하며 다양한 민초들의 모습을 전했다.

◆'추노'가 남기고 간 별미… OST, 책

'추노'는 평균 30%대의 높은 시청률과 180억 광고 수익이라는 기록, 그리고 각종 수많은 이슈를 낳으며 기록 행진을 이었다. 여기에 '추노'가 떠난 빈자리를 가장 크게 느낄 시청자들은 추노의 책와 OST도 아쉬움을 달래도 좋다.

'추노'의 뒷 이야기를 그린 만화가 '추노'의 종영일인 25일에 맞춰 출간된다. KBS 드라마 제작진의 공식 감수를 받아 제작된 만화 '추노 앤솔로지 낙인'은 드라마 내용을 따라가는 대신, 이대길과 송태하 등 주요 인물들을 중심으로 드라마에 직접 드러나지 않은 숨겨진 설정과 뒷 이야기들을 그린다.

심양에 억류된 8년간 소현세자와 송태하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으며, 샌님 같던 대길이를 추노꾼으로 거두고 결국엔 그를 위해 목숨을 잃은 천지호는 무슨 생각을 했던 것이며, 황철웅은 단순히 살인귀일뿐인지 등을 다룬다. 책은 총 8편의 단편으로 구성됐다.

또 드라마 장면장면을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는 OST 역시 '추노'를 추억하는 데 한 몫을 한다. 드라마 내용만큼이나 독특한 메인 시그널 '바꿔'는 사극 음악의 최대 파격이라 불린다.

기존 사극 음악이 오케스트라 혹은 국악을 사용했다면 '추노' OST에서는 록과 클래식 힙합이 접목된 '하이브리드 음악'으로 시청자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또 하드코어 랩과 가스펠이 어우러지는가 하면 4인조 록밴드와 20인조 현악 오케스트라가 함께한다. MC스나이퍼가 부른 '민초의 난'은 사극에 도입된 최초의 랩이다. 사극에는 랩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기존의 관념을 뒤집은 셈이다.

조이뉴스24 홍미경기자 mkho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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