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에서 전지훈련 중인 허정무호가 13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루스텐버그 로얄 바포켕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아공 프로팀 플래티넘 스타스(리그 10위)와 평가전에서 졸전 끝에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지난 10일 잠비아와 현지 첫 경기서 2-4로 패했던 한국 대표팀은 이날 플래티넘 스타스전에서도 답답한 공격력으로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한 골도 넣지 못하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당장 축구팬들의 걱정이 커졌다. 상대가 국가대표팀도 아니고, 남아공 리그에서도 10위권인 프로팀이었으니 시원한 골세례로 승리 소식을 전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기 때문이다.
허정무호의 불안한 행보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잠비아에 많은 골을 허용하며 패한 것이나 프로팀과 득점 없이 비긴 것을 두고 6월에 열릴 월드컵 본선을 미리 비관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잘 알다시피 이번 전지훈련에 임한 25명의 대표선수는 국내파로 꾸려졌고, 유럽 등 해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핵심 선수들이 빠져 있다. 박지성 박주영 이근호 이청용 기성용 이영표 등이 없는 상태에서, 지금까지 월드컵 예선을 치러오면서 보여줬던 전력이나 조직력을 기대하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국내파 옥석 고르기'라는 이번 전훈의 일차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평가전을 통해 문제점을 발견하고, 조직력에 도움을 못주는 선수를 가려내는 것이 현시점에서 더 필요한 지도 모른다.
정작 문제는 쉽게 해결 기미를 찾지 못하고 있는 '적응'의 문제이다. 남아공의 낯선 환경과 잔디, 고지대에서 치르는 경기 경험, 새 공인구 자블라니에 대한 적응이 이번 남아공 전훈의 또 하나의 중요 목표였던 점을 상기해야 한다.
플래티넘 스타스와의 경기 후 허정무 감독도 0-0이란 스코어보다는 바로 이런 적응의 문제를 두고 깊은 고민을 드러냈다. 아직도 고지대나 잔디, 자블라니에 선수들이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었다.
허정무 감독은 "선수들이 볼(자블라니)에 대한 적응이 완벽하지 못했다. 또 고지대에서 플레이 하는 것이 정말로 힘들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익숙하지 않은 잔디에 대해서도 걱정을 털어놓았다. 허 감독은 잠비아전을 치렀던 요하네스버그의 란드 스타디움과 플래티넘 스타스와 경기한 로얄 바포켕 스타디움의 잔디가 전혀 다른 데 당황했다.
비가 내린 가운데 란드 스타디움에서 경기할 때 너무 긴 잔디에 선수들이 툭하면 미끄러져 넘어지는 모습을 지켜봤던 허 감독은 로얄 바포켕 스타디움의 짧은 잔디가 경기력에 또다른 변수로 작용하는 것을 체험했다.
허 감독은 "로얄 바포켕 스타디움의 잔디가 너무 짧다. 때문에 볼의 스피드가 갑자기 빨라졌다. (상대 수비) 뒷공간을 여는 플레이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고 걱정스레 말했다.
허정무호가 겪고 있는 어려움 가운데서도 이런 적응의 문제는 해외파가 전원 가세한 뒤에도 여전히 숙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전술적인 측면이야 주전급으로 선수 구성이 이뤄지면 얼마든지 최고 전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손발을 맞춰나갈 수 있다. 하지만 6월까지 잔디, 고지대, 볼에 완벽하게 적응하지 못한다면 큰 변수를 안고 본 게임에 나서는 처지가 될 수 있다. 이런 부분은 해외파들에도 해당되는 숙제다.
한국대표팀이 남아공 현지 전훈을 통해 아프리카 축구에 대한 '예방주사'를 맞고 적응이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알게 된 점은 일단 다행이다. 아직 1월이며, 대표팀은 '적응'에 필요한 시간적 여유는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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