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팬에게 김현수(두산)는 '기계'로 알려져 있다. 두산팬들조차 그를 '사못쓰(4할도 못치는 쓰레기)'라는 애칭으로 부를 정도로 김현수는 최근 2년간 한국리그 최고의 타자로 성장했다.
김현수의 놀라운 점은 꾸준함을 바탕으로 매년 진화한다는 것이다. 특히 2009시즌에는 그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실제로 약속한 내용을 그대로 이뤄내 지켜보는 이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2008시즌 김현수는 126경기 풀타임 출전에 168안타 89타점 9홈런 타율 3할5푼7리, 출루율 4할5푼4리를 기록하며 타율, 최다안타, 출루율까지 휩쓸었다. 그야말로 타격에 관한 한 리그를 평정한 셈이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움이 있었으니 바로 홈런수다. 당시 김현수는 '안타제조기'로 불렸지만, 아무리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선수이긴 해도 9홈런은 타격감에 비해서는 적은 수치. 이에 두산 코칭스태프는 2008시즌 후 김현수에게 파워를 길러 홈런수를 늘릴 수 있도록 조련시켰고,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2009시즌 김현수는 133경기 풀타임 출전에 172안타 104타점 23홈런 타율 3할5푼7리를 기록하며 또 한 번 자신의 벽을 넘어섰다.
김현수의 성적에 특히 코칭스태프는 혀를 내둘렀다. 고타율은 그대로 유지한 채 홈런수만 무려 23개까지 늘렸다. 사실 김경문 감독을 비롯해 코치진은 김현수가 파워를 길러 홈런을 노릴 경우, 타율이 3할대 초반까지 추락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게다가 상대 투수들의 분석과 대비로 힘든 시즌을 보내지 않겠느냐며 낙관적인 전망은 내놓지 않았다.
김현수의 전략은 단순했다. 파워만 늘린다는 것이었다. 평소대로 스윙하되 증강된 파워로 안타가 아닌 홈런을 만들어내겠다는 단순한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를 실제로 현실화시키기는 쉽지 않았다. 김광림 코치는 "말은 쉽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면 다들 홈런타자가 되지 않겠느냐"며 김현수의 생각에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하지만 2009시즌 실제로 김현수는 자신의 말대로 이뤄냈다. 홈런을 의식하지 않는 스윙으로 자연스럽게 홈런을 양산해냈다. 한 겨울 힘을 기르기 위해 구슬땀을 흘린 결과물이었다.
게다가 2009시즌 전에는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도 대표로 참가했다. 그리고 시즌 돌입해서는 잔병치레 없이 풀타임을 소화했다. 철인체력마저 과시한 것이다.
김현수는 신고선수 출신이다. 신일고 출신으로 재학시절 이영민 타격상까지 받았지만 정작 프로 스카우터들은 외야수로서 다리가 느리고 근성이 없다는 평가를 내려 그를 지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2006년 계약금 없이 연봉 2천만원을 받고 두산 베어스에 입단한 김현수는 4년만에 리그 최고의 타자로 우뚝 섰다.
2010시즌에 김현수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4할 타율을 기록하며 팬들이 그를 '오못쓰'라고 부를 날이 올 지도 모른다. 지금처럼 한결같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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