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예능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이하 '미수다')에 출연한 한 여대생이 키 작은 남성을 비하한 '루저' 발언이 거센 후폭풍을 낳고 있다.
'미수다' 제작진과 루저 발언을 한 일명 '루저녀' 여대생은 '나름' 사과를 전했지만, 사태는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루저녀' 여대생은 신상정보와 과거 이력 등이 공개되는가 하면 자신이 다니고 있는 대학, 가족들까지 네티즌들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12일에는 '루저' 발언으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는 한 남성이 언론중재위원회에 KBS를 상대로 1천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조정 신청을 제기하기도 했다. 발빠른 한 업체는 '루저 티셔츠'를 제작하고 나섰다.
'루저녀'는 방송에서 이렇게 말했다.
"키가 작으면 일단 싫다. 외모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에 키가 작은 남자는 루저라고 생각한다. 180㎝는 돼야한다."
방송이라는 공기에서 이 같은 발언이 나왔다는 건 유감이고, 이 발언을 걸러내지 못하고 방조한 제작진의 책임도 물어야 하지만, '루저녀'에 대한 마녀사냥만큼은 유감이다.
재범 사태 후 박진영이라는 유능한 프로듀서는 그의 시애틀 행을 결정했다. "본인이 원했다, 네티즌과 맞서 싸우려 해도 그의 잘못이 분명한 이상 그의 의견을 따랐다"는 게 박진영의 부연설명이지만, 어쨌든 박PD의 그 카드는 확실한 효과를 봤다.
그 후 네티즌들은 악의적 오역론이나 동정론, 마녀사냥 경계론을 펴며 다시 반대쪽으로 급선회했다. "당장 돌아오라"며….
'무릎팍도사' 앞에 앉은 박진영은 "그 두 가지 극단적 입장의 가운데 지점이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라고 털어놨다. 가운데 지점, 그 가운데 지점을 찾기가 그리 쉽지는 않다.
이번 '루저녀 후폭풍'에서도 그 가운데 지점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혹시 지금 성난 네티즌을 달래기 위해 '루저녀'에게 필요한 카드는 무엇일까. 재범 식이라면 '루저녀'에게는 '자퇴'일까, '휴학'일까? 아니다. 우린 재범 사태를 통해 깨닫지 않았는가.
'루저녀' 옆에 박진영이 있다면 과연 어떤 카드를 꺼내들까. 그리고 그 카드를 꺼내들어야만 비로소 네티즌들은 재범에게 범했던 우를 반복했음을 확인하고 다시 반대극으로 돌아설까.
더 이상 사태가 악화되기 전에 '가운데 찾기'를 위한 냉정이 요구된다.
'탐 크루저' '웨인 루저' 같은 패러디, 이런 거 좋다. 재미 있고 여유 있게 루저임을 만끽하며 즐길 수 있다. 물론 뒤늦게 '오해와 불쾌감을 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던 점에 대해 유감과 함께 사과의 뜻을 전한다'고 밝힌, 다소 무책임했던 제작진에 대한 항의도 좋다.
하지만 '막가파식' 사이버 테러 등 마녀사냥으로 치달아 본인의 입으로도 사리분별이 모자랐다고 자신을 재단한 '루저녀'에게 가혹한 '루저 칼날'을 들이대는 건 우리 '자랑스런 루저'들의 품위를 손상하는 일이다.
미안하다, 나 루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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