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 후 김경문 두산 감독은 한 선수에 대해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가 당장 올 시즌 뿐만 아니라 두산의 미래까지 견인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의 첫 단추를 잘 꿴 탓이다. 그 주인공이 바로 마무리투수 이용찬이다.
이용찬은 7일 문학구장서 열린 SK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서 3-2로 아슬아슬하게 리드하던 9회말 등판해 1이닝을 잘 막아내고 천금의 1승을 지켜냈다. 그 결과 포스트시즌 첫 세이브라는 개인 소득도 뒤따라왔다.
이날 이용찬은 선두타자 정상호를 삼진으로 잡아내고 편하게 경기를 마무리가는 듯 했지만 대타 박정환에게 중전 안타를 내주고 긴장감을 고조시키기도 했다. 한 점 차 승부여서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르는 상황. 하지만 곧바로 박재홍을 4-6-3 병살로 솎아내면서 팀 승리를 지켜냈다. 이를 지켜보던 김경문 감독은 박수를 치며 그라운드로 나와 이용찬과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김 감독은 "임태훈으로 9회까지 갈 생각도 있었지만, 올해만 야구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내용이야 어떻든 (이)용찬이는 시즌 세이브왕 타이틀까지 챙긴 친구다. 올해 뿐만 아니라 내년에도 해야 하는 친구니 (경험을 위해) 등판시켰다"고 1점 차 접전에서 그를 마운드에 올린 이유를 전했다.
사실 이용찬이 1점차 박빙 상황에서 등판하는 것은 당연하다. 팀 주전 마무리 투수로서 9회 마운드에 오르는 것이 자명하지만 김 감독은 이용찬이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이용찬은 시즌 중 몇 차례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면서 한 동안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이는 등 그 후유증을 호되게 겪었다. 그런 점을 잘 알기에 김 감독은 큰 경기에서, 그것도 SK에게 1점차로 리드하고 있는 상황서 그를 마운드에 올리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지난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서 세이브 상황이 아니었지만 2차례나 등판시켜 '경험'을 쌓게 한 것도 SK와의 플레이오프(혹은 KIA와의 한국시리즈까지)를 넘어 내년 시즌까지를 감안한 김 감독의 당연하면서도 위험(?)한 선택이었다.
김 감독은 "용찬이가 잘 막아준다면 스스로 큰 자신감을 가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또 이후 투수 운용에도 여유도 생긴다. 용찬이를 믿었고, 잘 막아내면 앞으로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것 같았다. 잘 해줘서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웃음을 지었다.
시즌 26세이브를 기록하며 애킨스(롯데)와 함께 이 부문 공동 1위에 오른 이용찬. 하지만 김 감독은 아직 경험이 일천한 이용찬에게 소방수로서 확실한 믿음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이날 이용찬의 '1세이브'는 김경문 감독에게 더욱 큰 기쁨과 만족감을 가져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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