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차게 불어대는 바람을 보고 "이게 변수겠는데..."라고 언급한 김성근 SK 감독의 불안감이 현실이 됐다. 두산에게는 '약'이 됐고, SK에게는 '독'이 됐다.
두산은 7일 문학구장서 열린 SK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서 1회초와 2회초 고영민과 최준석의 솔로포 두 방 등 초반 3득점한 뒤 리드를 끝까지 지켜내 3-2로 승리를 거뒀다. 결과적으로 초장에 뽑아낸 점수가 결승점이 됐기에 두산으로서는 홈런으로 뽑아낸 2득점이 천금의 역할을 한 셈이다.
그런데 이 과정이 두산에게는 천운(?)이기도 했다. 이날 문학구장에는 좌측에서 우측으로 강한 바람이 줄기차게 불었고, 초반 두산의 2홈런이 모두 바람을 타고 우측 담장을 살짝 넘어갔기 때문이다.
1회초 1사 후 고영민의 우월 솔로포가 시작이었다. 고영민은 볼카운트 1-2에서 SK 선발 글로버의 4구째 바깥쪽 높은 슬라이더(135km)를 밀어쳐 우측 담장을 살짝 넘기는 솔로포(비거리 105m)를 터뜨렸다. 우익수 박재홍은 담장을 맞히는 타구 쯤으로 판단하고 이를 잡기 위해 전력질주했지만 타구는 어물쩡 담장을 넘어가버렸다.
2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최준석의 우월 솔로포(비거리 105m) 역시 고영민과 비슷한 케이스였다. 최준석은 볼카운트 2-2에서 7구째 높은 직구(146km)를 밀어쳤고, 높이 솟아 꾸역꾸역 날아간 볼은 우측 담장을 살짝 넘겨버렸다. 이후 두산은 기세를 잡고 연속안타로 1사 1, 3루까지 만든 뒤 정수빈의 투수 땅볼 때 3루 주자 손시헌이 홈을 밟아 선취 3득점할 수 있었다.
특히 두산으로서는 글로버가 우완에 빠른 볼 투수였다는 점이 더욱 도움이 됐다. 우완 투수의 빠른 볼에 우타자의 경우, 배트가 다소 밀리더라도 제대로만 맞추면 우측 방향으로 타구가 뻗어나갈 수 있고, 이는 강하게 부는 바람과 함께 홈런의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고영민과 최준석의 홈런도 이러한 과정 속에 바람 덕을 보며 만들어진 홈런이라 할 수 있었다.
두산이 바람의 도움을 받을 때 SK는 오히려 방해가 되기도 했다. 1-3으로 뒤지던 6회말 무사 1루서 최정의 대타로 나선 이호준이 우측 폴대를 아슬아슬하게 넘어가는 파울 홈런을 쳐냈던 것. 이 경우에는 오히려 강한 바람이 타구를 파울라인 바깥으로 밀어내 독으로 작용한 것이었다.
결국 '파울 홈런 후에는 아웃'이라는 야구계의 속설대로 이호준은 삼진으로 물러났고, SK는 절호의 만회 찬스를 놓쳤다. 8회말 SK는 박정권의 우중간 솔로포(비거리 120m)로 2-3까지 쫓아갔으나 박정권의 타구는 바람과는 관계없이 워낙 멀리 뻗어간 나무랄 데 없는 홈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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