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피스컵코리아 2009' 8강 2차전 FC서울과 인천 유나이티드의 경기가 펼쳐진 인천월드컵경기장.
분명 축구를 하는 축구경기장이었지만 축구는 잘 보이지 않았다. 축구보다는 폭력이 난무했고, 선수들 플레이를 지켜보는 즐거움보다는 지저분하고 짜증나는 장면이 더욱 많이 연출됐다. 승부차기까지 간 끝에 승리를 거둔 FC서울, 아쉽게 패한 인천 유나이티드, 모두 상처만을 남긴 경기였다. 경기장을 찾은 축구팬들 역시 상처만을 안고 돌아가야 했다.
축구의 즐거움을 볼 수 없었던, 폭력이 난무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경기 초반 거칠게 나왔던 인천 선수들, 그리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마찬가지로 거칠게 맞대응한 서울 선수들의 책임이 크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미숙했던 심판의 경기운영이 축구 그라운드를 격투장으로 변모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심판의 애매한 판정은 경기 초반 선수들의 거친 파울을 정당화시켜주는 역할을 했다. 그러자 인천 선수들은 더욱 거칠게 나왔고 서울 선수들 역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함께 흥분하기 시작했다. 경기는 과열되고 있었지만 심판의 적절한 제재는 없었다.
이런 모습을 참지 못한 서울의 귀네슈 감독이 사고를 치고 말았다. 귀네슈 감독이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고 그라운드 안까지 들어가서 강하게 항의했고, 결국 퇴장명령을 받았다. 그러자 경기는 더욱 과열됐다. 그라운드는 곧 터질 것만 같은 다이너마이트 같았다.
그리고 전반 44분 또 하나의 사고가 터졌다. 서울의 데얀과 인천의 손대호가 서로 몸싸움을 벌이다 동시에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 당했다. 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서울 선수들의 항의는 전반전이 끝나서도 이어졌다. 관중들은 심판 덕(?)에 후반전 양팀 10명씩 뛰는 수준 낮은 경기를 봐야만 했다.
후반전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화려한 드리블, 강력한 슈팅, 허를 찌르는 패스 등 축구의 즐거움보다는 선수들이 쓰러져 있는 시간, 심판에 항의하는 시간, 두 팀의 선수들이 엉켜 몸싸움을 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 그리고 심판의 모호한 판정 역시 이어졌다. 축구팬들의 실망감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경기 후 귀네슈 감독은 "거친 플레이, 백태클을 허용해주는 심판은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 축구 선수가 발전하는데 10년 이상 걸리는데 심판 하나 때문에 그 선수의 인생을 망칠 수 있다. 오늘 경기에서 심판은 그런 상황을 허용해줬다. 상대가 거친 플레이를 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심판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심판 문제에 대해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앞으로도 이런 일이 다시 생길 것"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심판의 경기 운영 미숙과 자질 문제는 K리그의 고질병처럼 돼 있다. 절대로 고쳐지지 않는 '불치병'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그래서 K리그 선수들에게서 심판에 대한 존경심을 찾기 힘들다. 달려가 항의하기 바쁘고, 심판보다 자신이 먼저 판정하고 평가하곤 한다. 자신에게 조금만 불피한 판정이 나오면 짜증부터 내기 일쑤다. 각 팀 감독과 코칭스태프 역시 심판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다.
물론 심판도 실수할 수 있고, 순간적으로 정확한 판단을 하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뻔히 보이는 파울을 보지 못하거나 외면하는 것은 자질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축구장을 격투장으로 만든 책임에서 심판이 자유로울 수는 없다. 축구의 즐거움과 선수 생명, 그리고 경기장을 찾는 축구팬들을 위해서 심판이 존재하는 것이다.
축구를 더 즐겁게 이끌어야 하는 사명을 안고 호각과 깃발을 들고 그라운드에 나서는 심판들이 오히려 축구의 즐거움을 앗아가버리고 있으니, 축구팬들은 하나 둘씩 등을 돌리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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