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마음껏 축구에 대한 조언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993년부터 대한축구협회를 이끌어왔던 정몽준(58) 회장이 지난 16년 동안의 회장 재임기간을 정리했다.
정 회장은 2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09 대의원총회를 주재한 뒤 새회장 선거 직전 회의장을 나와 취재진과 간단히 인터뷰를 가졌다.
비난을 위한 비판을 할 때가 가슴 아팠다
눈가에 약간의 눈물이 맺힌 채 "시원섭섭하다"라며 첫 마디를 꺼낸 정몽준 회장은 "체육도 교육의 일부분이다. 교실에서는 플레이를 할 수 없는 만큼 스포츠를 통해 페어플레이를 가르칠 수 있는 것 같다"라며 스포츠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16년 동안 아무런 사고없이 잘 마친 것 같다는 정 회장은 "대표팀 감독이 독배라고 하듯 회장도 어려운 자리"라고 회상했다. 한 예로 1993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1994 미국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언급했다.
당시 한국은 북한을 3-0으로 이겼지만 골득실에서 밀려 탈락할 위기에 처해 있었다. 그러나 이라크가 일본을 상대로 경기종료 20초를 남기고 2-2 극적인 동점골을 만들어줘 일명 '도하의 기적'으로 본선에 진출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이기도 한 정 회장은 "2011년까지 FIFA 부회장 임기다. 앞으로 세계축구와 FIFA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겠다"라고 한 뒤 "국내 공직이 많아 쉽지 않을 것"이라며 FIFA회장직 출마는 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항간에 떠도는 대한체육회 회장직 출마도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한국 축구가 성장하면서 축구협회의 행정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증대됐다는 정 회장은 "비난을 위한 비판을 할 때가 가장 가슴 아팠다"라고 회상했다. 축구계 재야 세력으로부터의 공세나 지난 2006년 축구협회 사상 최초로 국정감사를 받은 것에 대한 우회적인 표현이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가장 아쉬워
조중연-허승표 후보가 출마해 경선으로 치러지는 이번 51대 회장 선거와 관련해서는 "1997년 경선이 가슴 아팠다"라고 과거를 회상한 뒤 "그 당시는 내가 부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견을 모아 추대됐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보이기도 했다.
그래도 정 회장은 "객관적인 입장에서 축구 행정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부담없이 축구장에 가면서 조언과 쓴소리를 아끼지 않겠다"라며 계속적으로 축구와 인연을 맺겠다고 강조했다.
가장 아쉬웠던 순간으로 정 회장은 2004 아테네올림픽을 꼽았다. 당시 한국은 본선 조별리그를 통과해 8강에 진출했지만 파라과이에 2-3으로 패해 4강 진출이 좌절됐다. 정 회장은 "패하지만 않았다면 4강에서 우즈베키스탄을 만나는 것이었다. 결승까지 갈 수 있었는데 아쉽다"라고 회상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네덜란드에 0-5로 대패한 뒤 차범근 감독이 경질된 것도 '충격'으로 받아들였다는 정 회장은 "나한테 사후에 통보됐다. 개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현 대표팀과 관련해서는 허정무 감독에 대한 신뢰를 보내며 "이번에는 잘 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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