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중순 전북 현대의 최강희 감독은 석 장으로 된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발신인은 최태욱(27), 편지에는 앞으로 더 열심히 할테니 믿어달라는 식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편지를 읽은 최 감독은 최태욱을 불러 똑같이 석 장의 편지 한 통을 전했다. 그 이후 따로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최태욱은 날이 갈수록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고 이후 치른 여덟 경기에서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전북을 6강 플레이오프에 올려놓았다.
최태욱은 부평고등학교 동기인 이천수(27, 수원 삼성)와 한국 축구를 책임질 자원으로 꼽혔지만 정체기를 겪으며 기량이 저하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0년 안양LG(현 FC서울)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인천 유나이티드, 포항 스틸러스를 거쳐 전북에 오기까지 총 197경기에서 18골 21도움(6강 PO 성남전 포함)을 기록했다.
시즌 초 최태욱은 전북에서 여전히 적응이 덜 된 듯한 경기력을 보여주며 부침을 거듭했다. 최강희 감독은 "태욱이가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것 같다. 어서 일어나야 한다"며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최태욱은 서서히 변화를 모색했다. 최강희 감독과의 편지 교환을 계기로 부지런하게 공격을 하며 수비까지 가담하는 등 이전과 다른 경기력으로 전북에 적응해갔다.
결정적인 순간 최태욱은 '한 건'을 하며 전북에 준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선물을 안겼다.
23일 오후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삼성 하우젠 K리그 2008 6강 플레이오프 성남 일화와의 경기에서 후반 30분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렸고 이를 계기로 전북은 2-1로 역전승을 거두며 오는 26일 울산 현대와 플레이오프 진출을 놓고 또 한 번 벼랑끝 승부를 펼치게 됐다.
최태욱은 "감독님과 아버지와 아들이 이야기를 하듯이 편지를 주고받았다. 노력하고 있으니 기다려달라는 식의 내용이었는데 리그 후반부에 많이 뛰면서 활약해 기분이 좋았다"고 격정적인 소감을 표현했다.
여전히 자신이 모자르다며 몸을 낮춘 최태욱은 "갈 길이 더 많다. 전진하기 위해 다른 선수들보다 더 잘하도록 노력하겠다"며 끝없는 진화를 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월드컵 대표팀에 대한 꿈도 잊지 않았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출전이 목표라는 최태욱은 "K리그에서 좋아지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노력하겠다"라며 '노력'이라는 단어를 수차례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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