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다해(24)는 너무 빨리 많은 것을 보여줬다. 그가 연기를 잘 해도 이제 화제가 되지 않는다. '원래부터 잘했으니까, 뭐~'라는 반응이 돌아올 뿐.
이다해는 MBC 창사 47주년 특별기획 드라마 '에덴의 동쪽'(극본 나연숙, 연출 김진만 최병길)에서 내면에 깊은 상처를 간직한 채 살아가는 민혜린 역을 맡아 또 한 번 도전을 시작했다.
임성한 작가가 집필한 MBC 일일드라마 '왕꽃선녀님'에서 귀기(鬼氣)어린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확실히 눈도장을 찍었던 이다해는 그 후 맡는 역할마다 변신을 거듭해오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또 청순가련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귀여운 사기꾼으로 변신한 SBS 드라마 '마이걸'을 통해서는 대중성을 확보했다.
감정 몰입이 누구보다 뛰어난 그는 실감나는 눈물연기로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리며 나이에 비해 성숙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이다해에게 이 같은 외부의 시선은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지난 27일 오후 '에덴의 동쪽' 세트촬영이 진행된 경기도 일산 MBC 드림센터에서 만난 이다해는 "(에덴의 동쪽) 촬영에 들어가기 전 3일간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불안함 때문에 밤새 잠을 못 자고 자리에 누워 천장만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었어요. 매번 드라마를 시작할 때마다 부담감이 커지는 것 같아요. 그런데 막상 첫 촬영에 들어가면 그 때부터는 그런 마음을 떨쳐버리죠."
그는 "'왕꽃선녀님'에서 워낙 강한 역할을 맡아 과분하게도 많은 칭찬을 들었고, 그로 인해 팬 분들의 기대치가 높아진 게 지금으로선 적잖이 스트레스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번 드라마를 시작하면서 듣기 싫었던 소리 가운데 하나가 '잘할 거면서 왜 그래?'라는 말이었어요. 행복한 고민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갈수록 어깨가 무겁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렇지만 변신에 대한 두려움은 전혀 없다고 했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걸 좋아해요. 탤런트라는 말이 다재다능함의 의미를 담고 있잖아요. 그래서 기회가 닿는 대로 이것저것 많은 것을 배워둘 생각이예요."
실제로 이다해는 드라마를 위해 특별히 전통무용가에게서 장구춤을 사사한 적이 있다. 특히 언어에 관심이 많은 그는 중국어를 4년간 공부해오고 있으며, 최근에는 외국인 선생님으로부터 영어 개인 교습을 받고 있다.
'마이걸'에서 선보인 유창한 중국어 실력과 현재 출연중인 드라마 '에덴의 동쪽'에서 야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장면은 그의 철저한 자기관리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다.
"스스로를 가만히 내버려 두질 못하고 괴롭히는 피곤한 성격이에요. 아무것도 한 것 없이 하루를 보냈다고 생각하면 죄책감이 들어요. 연기도 가짜로 했다고 느껴지면 스스로가 너무 괴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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