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7일 잠실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 삼성의 선동열(45) 감독은 당시까지 포스트시즌에 들어와 극도의 부진을 보이고 있던 최형우에 대한 신뢰감을 다시 한번 알렸다.
타격 부진에 수비 불안까지 겹치면서 플레이오프 1차전 패배의 빌미를 제공한 데 대해서도 개의치 않고 "최형우를 외야수, 그리고 5번 타자에 계속 둘 것이다"고 선언한 것이다.
올 시즌 유력한 신인왕 후보인 최형우는 시즌 타율 2할7푼6리에 홈런을 19개나 기록하면서 시즌 동안 팀의 거포 역할을 해냈던 선수다. 거포 부재의 팀 상황 속에서 최형우의 이같은 맹활약은 삼성의 1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위업 달성에도 큰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에 들어서 최형우는 그야말로 부진 그 자체였다. 롯데와 치른 플레이오프 3경기 동안 10타수 1안타의 빈타를 보인 데 이어 지난 16일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서도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게다가 1차전서 연거푸 불안한 외야 수비로 두산의 역전승에 도우미(?)가 되기까지 했다.
그렇지만 여전한 선 감독의 믿음에 최형우는 지난 2차전서부터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줬다. 삼성이 1-3으로 뒤진 상황에서 7회초 2점을 따라 붙어 3-3 동점을 만든 뒤 2사 3루로 이어진 공격에서 최형우는 우중간 2루타를 터뜨려줘 4-3으로 일단 역전을 성공시키는 타점을 올렸다.
수비에서도 4-4 동점인 가운데 연장 11회말 두산 공격 무사 1루에서 최준석이 우익수 깊숙한 플라이를 날렸을 때 이를 보고 2루로 진루해보려던 1루 주자 김현수를 정확한 2루 송구로 잡아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그러더니 최형우는 19일 대구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3차전서 팀이 2-1로 1점 차 아슬아슬한 리드를 이어가던 6회말 1사 2, 3루서 두산의 두번째 투수 김상현으로부터 우측 담장을 넘기는 3점 홈런을 터뜨려 승부에 쐐기를 박는 결정타를 날려 완전히 살아났음을 알렸다.
최형우의 이 3점 홈런이 터지는 순간 3루 덕아웃에 있던 선동열 감독의 얼굴에는 엷은 미소가 번졌다.
최형우는 이 시원한 홈런 한 방으로 경기 MVP로 선정되는 영광도 안았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