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이 17일 잠실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2차전서 5시간 7분의 혈투를 펼친 끝에 신명철의 연장 14회초 끝내기 2타점 2루타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는 데 성공했다. 잠실서 1승1패씩 나눠가진 삼성과 두산은 19일부터 대구로 장소를 옮겨 다시 격돌한다.
삼성의 많은 선수들이 2차전 역전승에 보탬이 됐지만 타선의 중심에는 '베테랑' 양준혁(39)이 있었다.
3회말 두산에 먼저 3점을 내주면서 출발한 삼성은 금방 추격점을 뽑았다. 4회초 선두타자 김재걸을 시작으로 양준혁이 다시 볼넷을 골라내면서 무사 1, 2루의 기회를 얻은 뒤 후속 공격을 통해 1점을 따라붙는 데 성공했다.
이어 양준혁은 1-3으로 뒤지고 있던 7회초 공격 1사 1, 2루서 두산의 시즌 전반기 에이스였던 김명제가 5번째 투수로 올라오자마자 1타점 좌익수 오른쪽 안타를 쳐내며 2-3으로 추격하는 타점을 올렸다.
계속해서 양준혁은 다음 타자 현재윤이 헛스윙 삼진을 당하는 사이 2루 도루까지 성공, 2사 2, 3루의 좋은 찬스를 이어갔다. 이렇게 두산 배터리를 흔들어놓자 김명제의 폭투성 패스트볼이 나와 삼성은 힘들이지 않고 3-3 동점을 이룰 수 있었다. 패스트볼 때 3루까지 진루했던 양준혁은 최형우의 우중간 2루타 때 4-3으로 경기를 뒤집는 역전 득점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이후 경기는 두산의 한 점 만회로 4-4 동점이 돼 연장전에 들어갔다. 피말리는 승부가 진행될수록 베테랑 양준혁의 위력은 점점 드러났다. 11회초에는 2사 1루서는 상대 투수 이재우로부터 스트레이트 볼넷을 얻는 과정에서 노련하게 두산 배터리의 기를 빼앗았다. 이재우가 볼카운트 0-1에서 인터벌를 길게 갖자 투구 모션에 들어가는 순간 타임을 요청, 투구 밸런스를 흐트려놓았다. 결국 이재우는 양준혁에게 볼넷을 내주고 말았다.
13회초에는 2사 2루서 타석에 들어섰는데 이재우는 상대하기 껄끄럽자 아예 양준혁을 고의사구로 내보냈다. 양준혁은 이날 볼넷을 3개나 얻어냈다. 볼넷으로 출루했을 때 후속타가 이어지지 않아 득점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상대팀 투수들의 경계심이 대단하다는 것을 보여준 장면들이었다.
삼성 선동열(45) 감독은 지난 15일 가졌던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를 통해 "양준혁 등 베테랑 선수들이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엄청난 역할을 해 주리라 믿고 있다"며 기대감을 나타낸 바 있다. 양준혁은 1차전 1안타 1타점 활약에 이어 이날 2차전에서도 크게 돋보이진 않았지만 내실 있는 플레이로 베테랑의 존재 가치를 입증했다.

한편, '기록의 사나이'이기도 한 양준혁은 17일 2차전을 통해 각종 포스트시즌 기록들도 갈아치웠다.
플레이오프를 포함한 역대 포스트시즌(준플레이오프 제외) 최고령 경기 출장 기록을 만39세4개월23일로 늘렸으며, 총 61안타를 쳐 전준호(히어로즈)가 갖고 있는 포스트시즌 통산 개인 최다안타 기록에 1개 차로 접근했다.
거기에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포스트시즌 통산 최다 4사구 기록도 이날 볼넷 3개를 보태 55개로 늘렸다. 38경기째 연속 출루를 이어가고 있으며 9경기 연속안타까지 쉴 새 없이 기록을 연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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