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대표팀을 냐오차오(鳥巢,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의 별칭)에서 꼭 봤으면 좋겠어요"
어눌한 한국어로 박성화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축구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던 표정에는 진심이 어려 있었다. 1무1패로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희망이라는 단어는 대표팀과 한 몸으로 움직이는 연락관 왕춘(22)씨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듯했다.
13일 저녁 중국 상하이 동화대학 잔디구장. 대표팀의 훈련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중국인 연락관 왕춘 씨는 기자를 보자 "한국팀은 기자가 참 많다. D조의 다른 팀은 썰렁한데…"라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말을 이어간 왕춘 씨는 "대표팀이 경기를 잘했다. 카메룬과 이탈리아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았다"라고 평가했다. 이유를 묻자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훈련을 한다. 너무 진지해 그것에 감동을 받았다"라고 털어놨다.
대표팀에 반한 이유는 또 있다. 연락관이 공식적으로 해야할 일 외에는 부담이 별로 없어 좋다(?)는 것이다. 다른 팀들의 연락관은 온갖 잡무에 시달려 여유가 없기 때문인 것. 그 이야기를 옆에서 듣던 대표팀의 한 관계자는 "일 좀 더 시켜야겠다"라며 웃었다.
8강 탈락의 위기에 몰린 대표팀을 바라보는 왕춘 씨의 심정은 안타까움으로 가득했다. 훈련이나 경기 때마다 선수단과 버스로 함께 이동하는 왕춘 씨는 "선수들이 너무 차 안에서 조용하다. 좀 떠들고 대화를 했으면 좋겠는데"라며 싸늘하게 식은 분위기를 전했다.
그래도 기적은 바라고 있었다. 온두라스전에 꼭 승리해 8강을 가서 나중에는 결승전이 열리는 냐오차오의 잔디를 밟아봤으면 한다는 것이다. 왕춘 씨는 "꼭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저도 그 경기장의 관중이 아니라 연락관으로 가고 싶어요"라고 소원을 말했다.
베이징대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왕춘 씨는 올림픽에서 자신의 할 일을 찾기 위해 연락관 분야에 지원을 해 높은 경쟁률을 뚫고 한국축구 대표팀과 인연을 맺었다. 왕춘 씨는 오는 9월 국내의 한 대학에 교환학생으로 올 예정이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