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린보이' 박태환(19, 단국대)이 10일 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수영 자유형 400m에서 우승, 한국 수영 사상 올림픽 첫 금메달의 쾌거를 이룬 것은 운이나 경쟁선수들의 부진 때문이 아니었다. 순수하게 박태환의 실력으로, 그것도 치밀하게 계산된 작전으로 거둔 영광의 금메달이었다.
박태환은 세계 수영계에 두각을 나타낸 이후 '역전의 명수'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다. 마지막 스퍼트가 주특기인 그는 웬만한 차이를 뒤집고 역전 우승한 경우가 많았다.
이런 점을 박태환과 함께 경기를 펼친 세계적 수준의 다른 선수들이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이날 박태환은 평소와 전혀 다른 작전을 들고 나왔다. 3번 레인의 박태환은 처음부터 선두권으로 치고 나왔다. 스타트가 약간 늦은 편이었지만 박태환은 금방 선두권과 어깨를 나란히 했으며 100m 턴을 했을 때는 최대 라이벌로 꼽혀온 바로 옆 2레인의 해켓(호주)에 이어 2위, 그리고 150m 턴을 했을 때부터는 1위로 물살을 갈랐다.
초반부터 너무 오버페이스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이 들었지만 이것은 모두 박태환의 작전이었다. 해켓을 비롯 젠센(미국)과 장린(중국) 등 경쟁 선수들은 박태환이 선두로 치고나가자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박태환이 아닌 다른 선수들의 오버페이스가 두드러졌다. 박태환의 '뒷심'을 잘 아는 경쟁자들은 어떻게든 종반 이전 선두를 뺏으려고 스트로크에 힘을 가했지만 이로 인해 박태환의 페이스에 오히려 말려들고 말았다.
박태환은 마지막 50~100m에서 스퍼트를 한 것이 아니라 절반도 안 되는 지점부터 길게 스퍼트를 했고, 이렇게 앞으로 쭉쭉 뻗어나가는 박태환을 보면서 경쟁자들은 후반으로 갈수록 벌어지는 거리에 힘이 빠지고 말았다.
초반 선두를 달리던 2번 레인의 해켓이 제풀에 꺾여 최종 6위로 추락한 것이나, 박태환의 왼쪽 바로옆 4레인에서 역영한 젠센이 마지막 20여m를 남기고 2위에서 3위로 미끄러진 것이 다 박태환과의 작전 싸움에서 패한 결과였다. 오히려 박태환과는 한 레인 간격이 있었던 5번 레인의 장린이 막판 스퍼트로 젠센을 따돌리고 2위로 결승점을 터치, 은메달을 따낼 수 있었다.
'생각대로 하면 되고~.' 박태환은 그야말로 체력과 실력 뿐 아니라 두뇌 싸움에 있어서도 경쟁자들을 압도, 최고의 값어치 있는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던 것이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