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기현(29, 풀럼)은 지난 21일 인천공항에서 가진 입국 인터뷰에서 "기회가 왔을 때 좋은 모습,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감독 눈에 들도록 할 것이다"라고 다짐했다.
23일 풀럼과 부산의 경기가 펼쳐진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 설기현은 선발 출전하며 풀타임을 소화했다. 출장 기회를 잡은 설기현은 90분 내내 '최선'을 다했다. 설기현이 다짐한 대로 최선을 다해 열심히 뛰었다. 하지만 로이 호지슨 감독의 눈에는 들지 못했다. 설기현의 다짐은 반만 성공한 것이다.

설기현의 크로스는 부정확했고, 팀 동료와 호흡도 맞지 않았으며, 설기현의 특기라 불리는 드리블 돌파도 날카롭지 않았다. 설기현은 부산의 협력수비에 봉쇄되고 말았다. 전반 17분 코너킥에 이은 헤딩, 후반 35분 오른발 중거리 슈팅. 이 두 번의 슈팅이 이날 경기에서 설기현이 보여준 모든 것이었다.
경기 후 부산의 황선홍 감독은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보인다. 훈련이 부족한 것 같다"고 설기현의 플레이를 평가했다.

호지슨 감독은 "설기현이 오랫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해 여전히 열심히 할 필요가 있다. 오늘 1군 선수들이 많이 뛰었는데 아직 뛰지 못한 선수들이 많이 있다. 서로 경쟁해야 할 것"이라며 설기현의 플레이에 미소를 보내주지 않았다.
설기현은 "경기 전 감독이 이런저런 지시를 했다. 나름대로 할려고 노력했는데 만족스럽지는 않다. 상대팀이 경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배하면서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시즌 시작 전 여러 번 기회가 있을 것이다.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플레이를 평가했다.
황선홍 감독, 호지슨 감독은 설기현의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고 설기현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모든 선수들이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있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 만으로는 감독의 눈길을 끌지 못한다.
설기현은 귀국 인터뷰에서 "감독이 필요로 하는 선수,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감독이 필요로 하는 선수가 되겠다는 설기현. 감독이 필요로 하는 선수는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아니라 특별한 능력을 보여주는 선수다.
설기현은 호지슨 감독의 이목을 사로잡을만한 자신만의 무기를 만들어야만 한다. 훈련을 하지 못해 컨디션이 안 좋다는 핑계는 냉엄한 프로세계에 허용되지 않는다. 오직 뛰어난 실력, 특별한 능력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기회는 그렇게 자주 오지 않는다.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만 한다. 다가올 시즌을 준비할 시기에 찾아온 기회를 설기현은 최선만을 강조하며 날려버릴 수는 없다.
호지슨 감독은 "나는 설기현이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기를 기다릴 것이다. 한국 투어에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줌으로써 지난 시즌 나의 결정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기 바란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한국 투어에서 보여준 설기현의 모습은 호지슨 감독의 결정을 더욱 확고하게 만들어놓고 있다. 오는 26일 벌어지는 울산과의 경기에 설기현은 최선이 아니라 특별한 능력, 자신만의 기술을 보여주어야만 한다. 그렇지 못하면 호지슨 감독의 결정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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