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 '최고', '최대' 등은 언제라도 갈아엎을 수 있는 기록들이지만 '최초'는 시간이 흘러도 바뀌지 않는 법. MBC 수목드라마 '태왕사신기'(극본 송지나 박경수, 연출 김종학 윤상호)는 여러 가지 '최초'를 양산하며 한국 드라마사의 한 획을 그은 역사적인 드라마가 됐다.
24부작 '태왕사신기'가 세운 드라마사적인 기록 가운데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무래도 과거에는 감히 상상하지도 못했던 거대한 제작비다. 방송 전 공식적으로 발표한 제작비 예산만 해도 430억 원. 이것만으로도 드라마사상 전무후무한 규모인데, 여기에 예기치 않았던 별도로, 혹은 추가적으로 소요된 비용을 합하면 500억 원이 훌쩍 넘을 것이라는 설도 있다.
이러한 대규모 제작비에 어울리게 출연진 또한 화려할 뿐만 아니라 문소리 같은 거물급 영화배우가 처음으로 안방극장 나들이에 나서는 일까지 벌어졌다. 주인공 배용준을 비롯해 문소리, 이지아, 윤태영은 중심축을 이루는 배역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했다. 여기에 박상원, 최민수, 독고영재, 장항선 등 중견 배우들의 가세가 드라마의 중심을 잡아줬고, 오광록, 박성웅, 이필립 등은 극중 四神의 주인으로 출연해 시청자들의 이목을 잡아끌었다.
제작진이 기획 단계에서부터 거대 제작비를 필요로 했던 이유는 보기 드문 영상미의 추구에 있다. 제주도 국내성 세트를 비롯해 출연진의 의상, 소품 등 미술비와 영화에서 주로 해왔던 고급 CG 작업비가 가장 주요한 항목. 미술과 CG 분야에 막대한 자금을 쏟음으로써 '태왕사신기'는 지금까지 어느 작품에서도 볼 수 없었던 화려한 영상을 만들어냈고, 방송가의 여타 드라마 관계자들도 이를 보고 떡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최초 판타지 사극. 할리우드 영화나 중국 무협영화에서 볼 수 있는 판타지 사극을 영화도 아닌 드라마로 제작한다는 발상 자체가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할 때, '태왕사신기' 제작진은 무려 3년 전부터 고구려 광개토대왕과 신화시대의 四神을 연결시켜 유례없는 판타지 드라마를 기획, 제작에 방송까지 성공적으로 해낸 것이다.
성공적인 종영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태왕사신기' 팀이 해낸 또 다른 쾌거는 최초로 극장 상영을 성사시킨 것. 고유의 특수성으로 인해 한국이 아니라 일본에서 이뤄진 것이긴 해도 드라마가 시사회나 종영을 기념하는 자리가 아닌, 정식으로 극장 개봉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 2주일 단위로 두 회 방송분을 총 6개월 동안 연속 상영하는 경우도 초유의 일이다.
이와 동시에 '태왕사신기'는 매주 정규방송 도중 방송분량과 편성을 순간적으로 바꾼 드라마이기도 하다. 방송 전 제작과정 및 해설을 붙인 스페셜 분량을 앞서 방송한 뒤 첫 방송을 내보냈고, 그것도 모자라 스페셜을 포함한 3회 분량을 월화수목 4일 동안 연속 방송하는 편성 전략도 구사했다. 또, 지난달 29일에는 당일 방송분 마무리 편집이 늦어지는 바람에 'MBC 뉴스데스크'를 약 20분 동안 연장하는 사태까지 경험했다.
또한, 최종회 방송 당일 배용준의 한국팬 일동이 스포츠지 2곳에 '우리나라 드라마사에 한 획을 그었습니다'라는 전면 광고를 게재하고,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에서는 배용준의 팬들이 직접 극장을 대관해 마지막회를 관람하는 등 드라마 종영 관련 이벤트도 이례적으로 벌어졌다.
'태왕사신기'는 방송 중반 이후 시청률 30%대를 훌쩍 넘기며 5일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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