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요즘 가수는 노래보다 얼굴을 보고 뽑는 느낌이 강하다. 잘생겼고 예쁘다. 그래선지 요샌 연기자를 꿈꾸는 가수가 많다. 어쩌면 TV에 나오는 태반의 가수가 그런 생각을 품고 있을 수도 있다. 다는 아니더라도….
이에 대한 비판은 언제나 누구나 준엄하게 한다. 그 비판은 옳고 타당하다. 가수는 노래를 하는 사람임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연한 그 비판은 한편으로 허전하다. 현실적이지 않은 구석이 많기 때문이다.
오히려 "CD는 죽고, 가수는 멸종하고 말 것"이라는 이승철의 비관적인 예언이, 다소 과장됐더라도, 피부에는 더 와 닿는다.
숫자가 그 비관적 현실을 정확히 웅변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승철을 비롯해 김건모, 조성모, 서태지, HOT, GOD 등 2000년을 앞뒤로 음반 시장 전성기 혜택을 누리며 ‘밀리언셀러 음반’을 맛본 가수라면 그 절망감이 더 클 것이다. 그 격세지감을 뭘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야말로 아! 옛날이여…, 하고 슬픈 노래를 부를 밖에.
한국 음반시장에서 최고의 호황기였던 2000년의 경우 100만장 이상이 판매된 음반은 4개였다. ‘아시나요’가 실린 조성모의 3집은 그중 으뜸으로 무려 196만장이었다. 그 한 해 전인 1999년에도 밀리언셀러는 4장이었고, 이때도 조성모 2집이 194만장으로 1위였다. 2위는 ‘아이야’가 실린 HOT4집 138만장.
2001년에는 세가 꺾이긴 했지만 그래도 3장의 앨범이 밀리언셀러의 자리를 차지했다. ‘사랑할수록’이 실린 연가가 168만장, ‘길’을 대표곡으로 한 G.O.D 4집이 158만장, ‘미안해요’가 실린 김건모 7집이 137만장였다.
음반의 밀리언셀러 시대는 여기서 끝났다. 이듬해 2002 월드컵을 온 국민이 축제로 삼는 동안 가수들은 죽음을 예감해야 했다.
그해 베스트셀러는 ‘진실’을 대표곡으로 한 쿨7집으로 판매고는 64만장에 불과했다. 한 해전보다는 3분의1, 이태 전보다는 4분의1로 줄었다.
한 번 꺾인 곡선은 고개를 들 줄 몰랐다.
2003년엔 김건모 8집(대표곡 청첩장)이 1위였으나 52만장에 불과했고, 2004년엔 ‘로보트’가 실린 서태지 7집이 48만장으로 1위였다. 2005년엔 SG워너비 2집이 스페셜 에디션까지 합쳐 41만장이었다. 지난해에는 ‘오!정.반.합’을 대표곡으로 하는 동방신기 3집이 34만장으로 1위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올해는? 아직 한 달여가 남았지만 ‘아리랑’이 실린 SG워너비 4집이 19만장으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는 10월까지의 집계인데, 지금은 한 달 판매량이 2만장이 채 안돼 20만장을 간신히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그 20만장이라는 것은 과거의 어느 수준이었을까.
2000년의 경우 20만장 이상 판매된 앨범은 정확히 45종이었다. 2000년 4천100억이던 음반시장이 올해 6분의1 수준인 700억원대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얼어붙은 음반시장에서 가수들이 피부로 느끼는 한파는 7년전에 비해 45배 세졌다고 할 만하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다양한 분석이 제기돼왔다. IT 기술의 발전으로 디지털 음원 시장이 음반 시장을 대체했고, 인터넷과 P2P 기술의 발전으로 음원 불법복제가 기승을 부렸다는 게 대표적인 이유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음반사나 가수들도 디지털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한다는 주문이 계속됐다.
그런데…, 그 소리는 가수에겐 별로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마치 누구도 따르지 못하는 ‘도덕 선생님’의 허무한 말씀처럼….
그러니 똑똑한 음반기획사는 살 길 찾아 잘 생기고 예쁜 가수를 뽑아 음반이 안되면 연기를 대비시킬 수밖에 없을 테고, 90년대를 호령했던 이승철은 "CD는 죽고, 가수는 멸종하고 말 것"이라고 절망하는 것이다.
그래도 상당수 가수는 계속 노래할 테지만, 현실은 기막히고 암담하다.
[사진: 암담한 가요계 현실을 직설적으로 설명한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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