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와 JYP엔터테인먼트를 이끌고 있는 이수만(55)과 박진영(35)이 강연을 통해 한류에 대한 전략을 밝혔다.
두 사람 모두 명문대 출신에 가수로 활동한 경력, 미국 유학, 한류 스타를 키운 주역이라는 점에서 형제처럼 닮아있다.
하지만 앞으로 차세대 한류의 중심을 어디로 보느냐는 견해가 달랐다.
5일 이수만 이사는 미국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MBA) 학생 50명을 대상으로 한류(Hallyu) 특강을 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중국이 몇 년 후 세계 최대의 연예 시장으로 떠오를 것이라며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최고 스타는 최대 시장에서 나오기 때문에 아시아 시장이 세계 일류 연예인의 중요한 산실이 될 것이며, 중국이 '미래 할리우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수만 이사는 그룹 H.O.T를 중국에 진출시키면서 한류(韓流, Korean Wave)라는 말을 만들었고, 동방신기를 아시아의 스타로,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보아를 일본 최고의 가수로 만들었다.
아시아의 저력을 믿는 그는 다음달 한국의 SM, 일본의 음반기획사 에이벡스(Avex), 중국의 매니지먼트사 청티엔(Chengtian)의 합작 기업인 SMAC의 초대 회장이 된다. 아시아를 중시하는 그의 기업 전략이 한·중·일 3국의 합작 기업에 고스란히 반영된 셈이다.
◆이수만, 한·중·일 합작으로 '3차 한류' 연다
이수만은 현재 한류가 3단계로 넘어가고 있다고 전제한 뒤, 1단계는 한국 문화 콘텐츠와 지금은 해체된 그룹 H.O.T.나 보아처럼 한국에서 태어난 아티스트들에 의해 이끌어졌다고 말했다.
2단계는 국내 기업들이 인접 시장인 중국과 일본으로 눈을 돌렸을 때.
3단계에서는 한국, 일본, 중국은 서로 협력하여 세계 연예시장을 지배하게 된다는 것이 그의 예상이다. 그 때는 한국에서 키운 한국인 가수 (Made in Korea)보다 한국의 연예 시스템으로 탄생한 스타(Made by Korea)가 중요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시아 시장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한·중·일 3국이 힘을 합쳐 새로운 형태의 한류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생각이다.
아시아 시장, 특히 중국에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이수만 이사에 비해 박진영은 미국 현지화를 전략으로 꼽는다.
박진영은 지난달 연세대 새천년관 대강당에서 열린 '한류에 대해'라는 특별강연에서 "한국 연예가 활동하는 영역은 현재 아시아이지만 미래에는 미국과 세계가 될 것이 분명하다"며 "음악, 드라마, 영화 등 모든 제품의 주류를 이루는 곳은 미국이기 때문에 미국에 가서 활동하고 세계로 뻗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영은 아시아의 1위가 되고 싶으면 미국에서 성공해야 하고 그렇게 할 때 아시아 국가들의 존경을 얻게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진영, 美시장 성공으로 아시아의 존경 얻겠다
가수 비를 월드스타로 만들어낸 과정은 박진영의 전략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비는 2002년 1집으로 10만장 이상의 앨범을 판매하고 '태양을 피하는 방법'과 'It's Raining'으로 국내 톱스타 반열에 올랐디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미국을 공략했다.
2006년 2월 미국 뉴욕 매디슨 스퀘어가든 시어터에서 아시아 아티스트 중 최초로 단독 공연을 벌였고, 같은 해 4월에는 세계적인 시사주간지 타임의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됐다. 이어 한달 후 열린 '타임100' 만찬에서 미국 할리우드 스타들과 친분을 쌓으면서 입지를 다졌다.
비가 이렇게 성장하게된 배경에는 박진영의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있었다.
박진영은 지난달 31일 '서울디지털포럼 2007' 특별총회에 참석, "미국인은 미국 언론만 믿는다. 한국의 가장 큰 신문이 가수 비가 차세대 스타라고 해도 믿지 않지만 뉴욕타임즈에 나오면 많은 사람이 비를 찾는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의 수퍼스타가 있지만 미국인들은 전혀 알지 못하기 때문에 미국인 처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진영이 미국으로 건너가 윌 스미스 등 인기 가수의 음반에 작곡가로 참여한 과정도 마찬가지다.
'아시아인이 어떻게 힙합을 하겠어?'라는 시각이 많고 '한국에서 성공한 제작자'라고 이야기하면 미국 음반사는 반응을 보이지 않기 때문에 한국인을 숨기고 음악으로 승부했다.
◆같은 듯 다른 SM과 JYP의 한류 전략, 그 결과는?
박진영은 이 강연에서 "한국이 다른 아시아인들이 하지 않은 일을 해야 인정받는다"라며 "그래서 가장 까다로운 시장(미국)을 택했고 그곳에서 평가 받으면 아시아인의 실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수만과 박진영 모두 한류를 유지하고 발전 시키기 위해서는 한국만의 한류가 아니라 다른 국가와의 합류(合流)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 이수만은 SMAC라는 기업을, 또 박진영은 미국에서 음반 레이블을 설립하고 한국인 10대 가수 '민(Min)'을 현지 프로듀서와 함께 데뷔시킨다.
하지만 두 사람의 공략은 아시아 3국이 연합해 큰 마켓인 중국을 겨냥할 것인가, 대중 음악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직접 경쟁에 뛰어들 것인가에 차이가 있다. 한국 엔터테인먼트의 중심에 서있는 두 사람이 다른 전략이 5년후, 10년후에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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